한동훈이 꺼낸 ‘지구당 부활론’... 국민의힘 여전히 옥신각신

한동훈 “지구당 부활은 정치개혁,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홍준표 “원외위원장 표심 노려”.. 오세훈 “제왕적 당대표 강화”

권영세 “지구당 부활 필요”.. 이준석 “국힘에 절대적으로 불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내든 '지구당 부활론'을 두고 여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보수진영 내 '잠룡'으로 분류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각각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5선 중진의원인 권영세 의원은 찬성 의사를 밝혔다.

한동훈 "지구당 부활, 정치 개혁"

한동훈 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구당 부활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그는 "차떼기가 만연했던 20년 전에는 지구당 폐지가 정치개혁"이라면서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신인과 청년들이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시키는 게 정치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지구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로 설치된 중앙정당의 하부조직을 일컫는다. 과거 정당법은 중앙당·지구당·당지부 및 당연락소 등으로 정당 구성을 정했으나, 지구당은 각종 불법 정치자금 온상으로 지목돼 2004년 폐지됐다.

한 전 위원장의 '지구당 부활' 주장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대표 도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소장은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위원장이 왜 지구당 부활의 불씨를 지폈을까"라며 "전당대회에 나오기 위해 서서히 기지개 차원에서, 워밍업 단계 다음으로 읽어야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준표 "지구당 부활, 정치개혁 반하는 것"
오세훈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

한 전 위원장의 '지구당 부활론'에 대해 여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각각 반대 목소리를 냈다.

홍 시장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세미나 특강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전 위원장의 지구당 부활 주장에 대해 "정치개혁에 반하는 것"이라며 "정치개혁·부패정치 타파를 위한 일환으로 한 것인데, 전당대회 앞두고 원외위원장 표심 노리고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오 시장도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구당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극 제왕적 당대표를 강화할 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여·야가 동시에 지구당 부활 이슈를 들고나온 이유는 당대표 선거에서 이기고 당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라며 "지구당은 당대표가 당 장악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권영세 "지구당 부활 필요"
이준석 "국민의힘에 불리"

반면 5선 중진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구당 부활'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권 의원은 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무렵 정치개혁특위에서 지구당을 폐지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지구당이 없어지지 않고 여·야 중앙당은 지구당 존재를 전제로 당을 운영한다"며 "지구당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합법적으로 정치모금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구당 부활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주장한 '지구당 부활론'에 대해 국민의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일 방송된 SBS라디오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수도권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사무실 펼쳐놓는다고 도움이 안 되고, 영남에 지구당 사무실 펼쳐놓게 되면 유리한 건 비국민의힘"이라며 "한 위원장은 이 제도가 여당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판단도 안 되는 듯하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