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여야 합의 없는 통과…행정부의 헌법상 권한 형해화"
"후속 수사 예정된 사건에 대해 '특검 도입' 전례 없다"
"특검 도입으로 수사 중단, 공수처 이유 부정하는 것"
"재의요구권, 입법권 남용 견제해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 중요 수단"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무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 요구 안건을 의결한 것과 관련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나고, 특검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문제가 있으며, 충분한 숙의 절차가 없어 민주주의 원리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이날 국무회의 이후 A4용지 8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채상병 특검법의 어떤 부분이 문제라고 판단했는지 지적하고 재의요구 필요성을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할 경우 취임 후 10번째 거부권 행사가 될 전망이다.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정당하다는 논리를 부각하며 지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이 법안은 국회가 권한을 남용해 여야 합의 없이 통과시킨 것으로 행정부의 헌법상 권한을 형해화하고, 특검의 본질인 보충성의 원칙을 위반하며,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 및 공정성을 해치고, 숙의 절차 없이 다수당의 일방 처리로 인해 정파성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우선 특별검사 후보자 2명 모두에 대한 추천권이 더불어민주당에만 부여되고, 수사 대상 의혹 중 일부는 민주당이 이미 공수처에 고발한 것과 동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무부는 "현행 사법 시스템의 기본 원칙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 당사자인 고소·고발인이 수사·재판할 기관과 담당자를 임의로 선택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며 "(특검 법안은) 고발인이 수사할 기관을 선택하고 수사 대상과 범위도 직접 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 편향적 인사가 특별검사로 추천·임명되면 실체적 진실의 발견보다는 특정 정당의 의도에 부합하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는 등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불가능할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행정부 공무원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의 핵심 권한으로,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 역시 삼권분립 원칙의 핵심 요소로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이 법안은 사실상 민주당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아 대통령 임명권의 실질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검사 제도는 원칙적으로 기존 수사 기관의 수사 결과가 미진하거나 공정성·객관성이 의심되는 사안에 한정해 도입하는 것으로, 현재 채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과 공수처가 각각 수사를 진행 중이고, 이후 검찰의 추가 수사도 예정돼 있는데도 특검 도입을 시도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무부는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고 검찰의 후속 수사가 예정된 사건에 대해 특검을 도입한 전례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공수처는 지난 정부에서 민주당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는 기치 아래 제1호 공약으로 신속 처리 제도까지 동원해 일방적으로 설치한 수사 기구"라며 "공수처의 도입 취지에 비춰 볼 때, 특검을 도입해 수사가 중단되는 것은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특검법은 다수당의 정파성이 입법부의 숙의 절차를 집어삼킨 결과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를 크게 훼손했다"며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입법권의 남용을 견제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법률의 완성도를 제고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