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특검 관계없이 일정대로 수사"
"수사 기한, 특별히 정한 건 아냐…최대한 속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4일 오전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특검법과 관계없이 수사팀이 세운 일정대로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7일 정례브리핑에서 특검이 출범할지에 따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소환 여부가 달라지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특검이 시행됐을 때 어떻게 되는지 이런 부분보다는, 수사팀의 일정과 관련자 소환 조율 순서에 따라 그런 것에 관계없이 일정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중장) 재소환 여부에 대해선 "수사팀에서 조사 내용을 전체적으로 보고 다른 사건 관계인, 참고인 조사와 비교해 보고 재소환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4일 김 사령관을 소환해 15시간 가까이 조사한 바 있다. 김 사령관은 공수처에 출석 당시 '박정훈 대령에게 VIP(윤석열 대통령)가 격노했다는 말을 전한 적 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공수처는 김 사령관 등 하급자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 전 장관 등 '윗선'을 불러 채상병 사건에 외압을 행사했는지 조사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언제쯤 마무리될지' 질문에 "특별히 기한을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국민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에 어려운 여건이지만 최대한 저희가 할 수 있는 속도로 하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이종섭 전 장관 측이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범죄 혐의를 구성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아직 법리 검토에 주력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장관으로서 정당하게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고, 만약 지시 권한이 없다면 직권이 없는 셈이므로 직권 남용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사령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윗선의 외압이 가해지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박 전 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려 했는데, 이를 보류시키고 혐의자를 2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대통령실 등 윗선이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박 전 단장은 당초 지난해 7월 31일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언론 브리핑을 하고 이틀 뒤 관련 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 했지만, 김 사령관은 이종섭 전 장관이 귀국한 이후로 보류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핑 취소된 후 김 사령관이 "국방부에서 경찰 인계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한다"면서 "오전 대통령실에서 VIP 주재 회의에서 1사단 수사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VIP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 박 전 단장의 주장이다.
박 전 단장이 'VIP 격노'라는 이종섭 전 장관의 말을 김 사령관에게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김 사령관은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사령관은 군검찰 조사 당시 "VIP 언급 자체를 한 사실이 없다"며 "박 전 단장이 항명 사건을 벗어나기 위해 혼자 지어내고 있는 얘기로 보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인계할 서류에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빼라고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누군가에게 지침을 받거나 들은 사실이 없다는 게 김 사령관의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