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없는 국내외 상황에…전문가 "한은, 4월 기준금리 동결할 것"

유진투자證 "한은, 인하 포워드 가이던스 거둬질 가능성 높지 않다"

NH투자證 "미 연준, 7월 인하 시작 전망…금통위, 금리인하 신호 시기상조"

한화투자證 "미국과 기준금리 역전폭 고려시 韓 선제적 인하 시작은 무리"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1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당시와 비교해서 국내경기, 물가, 대외 환경 모두 크게 변화한 것이 없어 정책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12일 공개된 '2024년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의하면 6명의 금통위원 중 5명은 물가상승률이 예상에 부합하는 둔화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수준을 상회하고 있으며 향후 물가경로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만큼 현재의 긴축기조 완화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갔다. 한은은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전망경로 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2일 한은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추세적으로는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와 농산물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전망경로 상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향후 물가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상수지가 양호한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1~2월 경상수지가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상반기에는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흑자흐름을 지속하고 하반기에는 흑자폭이 확대되는 기존 전망이 유지됐다.

수출과 가장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미국의 경기 상황도 여전히 긍정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 5일 '2024년 2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한은은 "지난 경제전망에서 경상수지가 상반기 198억달러 흑자, 하반기 322억달러 흑자를 예상했다며 "1~2월 경상수지 추계액은 99억7000만 달러 흑자였는데 저희 예상 흐름보다는 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3월 통관기준 무역수지를 보면 여전히 IT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3월에도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그 영향으로 경상수지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와 국내 경기 상황, 대외 환경 모두 2월 회의 이후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변한 것이 없으니 정책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한국의 추세 물가(단기적 흐름)는 꾸준한 둔화가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기조 물가(장기적 흐름)는 둔화를 단언하기 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수도 지금이 저점인지 계속해서 안 좋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큰 걱정거리인 소비가 하반기에 개선된다면 정책 변화의 당위성은 떨어진다"며 "4월 한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만장일치 기준금리(3.50%) 동결을 전망한다"고 부연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지나 연구원은 "4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한다"면서 "멘트는 2월보다 약간 매파적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하 포워드 가이던스가 거둬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2월 금통위에서 향후 3개월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던 근거는 내수 부진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 가능성이었고, 이후 국내 내수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언급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지난번과 같이 5월 경제전망 발표 시점으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금통위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양호한 고용지표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전망이 후퇴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미국이 6월 금리인하를 위해서는 5월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 정형화된 인하 전략이나 4월 고용지표는 5월 FOMC 직후 발표된다는 점에서 5월 인하 신호는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에 더해 11월 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선거 직전 9월 FOMC에서 인하 사이클로의 전환도 정치적 부담이 있다"면서 "이상을 감안하면 연준은 7월 인하를 시작한 뒤 대선 전까지 동결 기간을 갖고 대선 이후인 12월 추가 금리인하를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2월 금통위에서 이창용 총재는 '미국이 인하를 시작하거나 신호가 있을 경우 각국이 차별화된 정책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면서 "7월 미국의 금리인하 이후 단기적으로 동결 사이클로 진입하겠지만 한국은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번 주 금통위에서는 아직 금리인하와 관련된 신호를 보내기는 시기상조"라며 "만장일치 동결과 함께 금리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도 신중을 기할 것임이 명확해지고 있다"면서 "국가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준수한 경기 흐름 등 바깥 중앙은행들은 결코 긴축의 완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특히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을 생각하면 우리가 먼저, 그리고 적극적으로 긴축을 되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