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태어난 이상은!

정치인 히틀러는 감세(減稅)를 정책공약으로 내세워 1933년 정권을 잡았다. 괴벨스는 실업 및 장애수당, 주거지원금, 아이 돌봄 서비스, 건강보험, 요양 보험 및 양로원 서비스는 물론이고 무상교육에 이르기까지 독일 만이 최고의 사회복지 대책을 갖고 있다고 자랑할 만큼 다양한 복지정책을 도입했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이 시작되면서 전쟁비용을 감당하기도 힘든 판국에 감세 공약을 지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점진적으로 세금을 올렸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나치 정권은 유대인을 대상으로 먼저 재정적 홀로코스트를 자행했다. 1934년부터 유대인에게만 재산 등록이 의무화되고 부유세 명목으로 20%의 세금을 부과했다. 해외 도피 시 출국세라는 이름으로 재산을 압수했다. 1938년에는 유대인의 모든 재산을 국유화하기에 이르렀다. 유대인은 공무원, 법조인, 의사 같은 특정 직업 종사가 금지되었고 유대인 세무사는 자격증이 취소되었다. (도미닉 프리스비의 「세금의 세계사」 중에서)

1934년 독일의 또 다른 모습이다. 당시 히틀러는 총통이자 세금 체납자였다. 뮌헨 지방국세청에서 소득세 체납으로 가산세를 더하여 독촉장을 발부한 상태였다. 얼마 뒤 재무부와 국세청 관계자 간의 협의가 있고 나서 "총통은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라는 대국민 메시지가 나왔다. 그렇게 하여 총통에게 발부된 세금고지서는 원천무효가 되었다.

하지만, 히틀러는 죽음으로 세금을 대신했는지 모른다.

간디는 변호사이자 정치인이었다.
1930년, 인도에서 영국의 허락 없이 소금을 만들거나, 모으거나, 팔거나, 구매하는 것은 범죄행위였다. 영국은 인도에서 채취한 소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재정을 충당했다. 이에 '소금 행진'이라 불리는, 소금세 반대를 위한 사티아그라하(비폭력 시민 불복종 운동) 운동이 일어났다. 소금세 반대 운동은 독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세금 납부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세금을 반대했을 뿐이다. 악법에 대한 불복종이었다.

간디에게 영향을 준 또 다른 세금 불복종자가 있다. 「월든」의 저자 소로우다.
간디가 남아프리카에 머물렀던 시기에 인도인에게 굴욕적인 지문 등록 강요 법안이 제정되자 불복종 운동을 펼쳤다. 이로 인해 간디는 1907년 투옥되었다. 그때 남아프리카 감옥에서 소로우의 에세이 「시민의 불복종」을 만난다.

기독교도의 자발적 기부금이었던 십일조는 유럽 왕조시대에 교회 조직이 커지면서 명확한 의무로 자리 잡았다. 결국에는 교인이라면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교회세가 되었다.

184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 교회에 자주 나가지 않던 소로우는 교회세 납부를 거부했다. 누군가가 대신 납부를 해 줬지만, 마땅찮았다. 교회 신도가 되고 싶지 않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 이후부터는 대신 교회세를 내주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는 또 인두세를 6년간 납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옥살이를 치렀다. 다행히 친척이 납부해 주어 하루 만에 끝났지만. "정부는 내가 허용해 준 부분 이외에는 나의 신체나 재산에 대해서 순수한 권리를 가질 수 없다."('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시민의 불복종」 중에서)라는 신념에 차 있었다.

소로우는 세금이 필요 없는 세상, 「월든」에서의 삶을 통해 자신만의 몸짓으로 세금에 항거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세금이라는 것은, 내 말 해두지만, 인간 중에 그 어떤 자도 피하지 못했어요. 비열한 자도, 고귀한 자도 그가 일단 태어난 이상은!"(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트로이아 총사령관 헥토르의 말 중에 '운명' 대신 '세금'으로 바꿔 놓음)

"이 세상은 무대(사업장)이고
세상 모든 사람은 단지 배우(납세자)일 뿐
무대에 등장(개업) 하고 퇴장(폐업)도 하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다양한 역할(세금 납부)을 한다"

세상에 잘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희극 "당신의 뜻대로"(As you like it) 2막 7장 중 일부다. 인생이 연극 공연이기도 하지만, 세금 일생이기도 하다.

◆ 글쓴이 : 김종봉 세무법인 더택스 대표세무사
[약력] 현) 가천대학교 겸임교수 / 현) (사)대한바둑협회 임원(이사), 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실행위원회 위원, 서울청 국선세무대리인, 중부청 국세심사위원, 법무법인 율촌(조세그룹 팀장), 행정자치부 지방세정책포럼위원 / 가천대학교 경영학 박사 / 국립세무대학 총동문회 수석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