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盧 불량품' 양문석 사퇴 논란에 "살아있는 이재명한테나 잘하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8일 더불어민주당의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으로 당 일각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마디로 넌센스"라고 밝혔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직전 노무현 재단 이사장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공직자로서의 자격 유무를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건 너무 명백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이사장은 "우리나라 국회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고 조롱하고 비방했던 정치인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그 사람 누구에 대해서도 언론이나 정치 비평가들이 '국회의원 할 자격이 없다'고 말한 적 없다"며 "진보 개혁 진영 내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말을 했다고 정치인 양문석을 안 좋아할 수 있고 심지어 싫어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걸 갖고 '너는 공직자 될 자격이 없어'라는 진입장벽으로 쓰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살아계셨으면 '허 참, 한번 오라고 해라' 그런 정도로 끝낼 일"이라며 "이걸 가지고 무슨 후보직을 내놔야 되느니 마느니 하는 그 자체가 너무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본다"고 재차 지적했다.

유 전 이사장은 "양문석 후보한테는 '앞으로 견해를 표명할 때는 되도록 감정적인 반발을 덜 불러일으킬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면 충분하다"며 "돌아가시고 안 계신 노무현 대통령 애달파하지 말고 살아 있는 당 대표한테나 좀 잘하라. 진짜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이 왜 벌어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누가 양문석을 쫓아내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라며 "뒤에서 펌프질하고 이런 걸 키우면 민주당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친윤 언론이 들고일어나서 빵빵 터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온갖 주장을 다 할 수는 있다. 우리가 그런 문제를 받아들일 때는 어떤 기준을 갖고 봐야 한다. 첫 번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 나쁜 말을 안 했다는 사실이 공직 후보자의 자격을 가리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둘째로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대상을 비판한 적이 있다고, 16년 전 얘기를 갖고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안 할 수는 있지만, 사람을 쫓아내려고 하는 건 노 대통령을 일종의 신격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신을 우리가 안고 간다는 게 그런 짓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죽은 교도처럼 만들어서 떠안고 가면서 사람을 갈라치기 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갖고 누구를 배제하는 데 쓰지는 말아야 한다. 최소한 그건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이 불량품'이라는 등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 제기됐다.

당내에선 양 후보의 공천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계와 이에 반대하는 친명(친이재명)계에서 파열음이 노출됐다.

김부겸 공동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은 17일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양 후보자가 "워낙 제게 화가 많이 나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지금 수습할 수 있는 거는 당신밖에 없다. 여기서 뭐 새로운 게 나오면 우리도 보호 못 한다"고 답했다. 앞서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와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도 양 후보 공천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 화성 기자회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을 욕할 수 있다. 그게 국민의 권리'라고 말씀했다"며 "과거 집권 여당이 노 전 대통령에게 뭐라고 욕을 했느냐. 그것이야말로 책임져야 할 막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역시 후보자 대회 이후 양 후보자에 대해 "그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양 후보는 18일 오전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 찾아 묘역 앞에서 사죄의 참배를 했다. 양 후보는 참배 후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라며 "유가족에 대한 사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그리워한 국민에 대한 사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