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040세대, 금리상승에 소비둔화 가장 컸다”

한은, ‘가계별 금리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 보고서 발표

“금리상승이 소비를 둔화시키는 ‘기간간 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물가수준 크게 높아진 점은 향후 소비 회복 속도 제약할 가능성”

“30-40대의 부채비율 여전히 높아…금리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 재차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 기울여야”

높은 수준의 금리가 민간소비를 둔화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리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소비가 둔화된 가계는 30-40대 비중이 높고 소득 중상위층에 해당하는 '금리상승 손해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6일 발표한 '가계별 금리익스포저를 감안한 금리상승의 소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의하면 고물가와 고금리의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리인상 이전에 비해 가계 명목 대출금리가 약 2~3% 상승하고 실질금리도 1.5%p 내외 상승하면서 민간소비가 금리인상 이전의 예상 추세를 상당폭 하회하고 있다.

보고서는 최근 민간소비의 부진 양상을 볼 때 금리상승이 소비를 둔화시키는 '기간간 대체'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품목 및 가계 특성과 무관하게 소비가 광범위하게 부진한 가운데 가계 순저축률이 과거 평균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가계는 고금리를 좇아 예금, 채권 등 이자부 자산을 늘리고 대출금 등 이자부 부채를 줄이면서 가계의 이자부 자산/부채 비율이 급상승했다.

보고서는 가계 전체적인 '기간간 대체'의 영향 속에서도 가계가 금리리스크에 노출된 정도(금리익스포저)에 따라 금리상승으로부터 받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별 금리익스포저를 측정한 결과 금리상승에 따라 재무적인 이익과 손해를 보는 가계가 뚜렷하게 구분됐다. 이를 토대로 가계를 '금리상승 손해층', '취약층', '금리상승 이득층'으로 구분했다.

'금리상승 손해층'의 특징을 살펴보면 ▲연령 면에서는 30-40대 비중이 높고 ▲소득은 중상층(4-7분위) ▲소비는 상위층(6-10분위)에 집중돼 있다.

'금리상승 이득층'과 비교할 때 평균적으로 젊고 소득수준은 다소 낮으나 주택보유비중 및 소비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는 집단이다.

보고서는 금리인상의 영향이 '금리상승 손해층'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취약층' 및 '금리상승 이득층'이 받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동재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실제로 팬데믹 이후 가계 소비 변화를 살펴본 결과 '금리상승 손해층'의 소비회복이 가장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가계 금리익스포저를 통한 금리인상의 영향은 앞선 기간간 대체 효과에 더해 전체 소비를 20% 이상 추가로 위축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금리상승 손해층에 소비성향이 높은 가계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되어 있는 반면 금리상승 이득층에는 소비성향이 낮은 가계가 많은 데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정 과장은 "높은 수준의 금리가 민간소비를 둔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계가 평균적으로 저축을 늘리고 소비는 줄이는 가운데 특히 단기금융부채 비중이 높은 가계의 소비둔화가 더욱 컸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상승의 소비 둔화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가계는 30-40대, 소득 중상위층의 비중이 높은 집단"이라고 부연했다.

정 과장은 "앞으로 물가가 안정됨에 따라 금리도 낮아지게 되면 가계 소비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간의 누적된 물가상승으로 물가수준이 크게 높아진 점은 향후 소비 회복 속도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30-40대의 부채비율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금리가 낮아질 경우 가계부채가 재차 크게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