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장교동 사옥 전경.
임직원의 성과보상에서 대표적인 주식보상인 스톡옵션은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성행된 제도로 한국에서도 많은 기술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다. 스톡옵션은 주가가 상승할 경우에는 단기에 많은 보상이 주어지지만 주가 상승이 없을 경우에는 보상이 없다.
스톡옵션은 기술기업에서 기술개발 초기에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 보다 기술개발 성공시 주식으로 보상받는 금액을 크게 하여 기술개발과 사업성공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이후 많은 기업에서 도입하면서 제도적으로 정착했으며 옵션의 권리행사는 대게 권리부여 후 1~2년 정도 짧은 기간 이후부터 가능하게 구성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자는 단기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경영자가 단기성과에 집중하게 되면 권리행사기간에 주가가 상승할 경우 이익을 실현하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다. '먹튀'가 발생하면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된다. 또한 엔론사태나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분식회계에 대한 유인이 있을 수 있고 예산슬랙(Slack)과 이익조정 등의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할 여지가 많다.
이러한 문제점(단기성과에 치중하는 경영)을 보완하기 위해 균형성과표(BSC), 지속가능경영 등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ESG경영이 도입되면서 종업원과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를 바꾼 제도가 '양도제한조건부 주식보상(Restricted Stock Unit: RSU)이다.
RSU는 2000년대 초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가 최초 도입한 후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과 일본기업들이 도입을 확산하면서 글로벌 성과보상제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국내에는 2020년 한화그룹이 처음으로 도입한 이후 상장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중심으로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자료출처=한화 발표자료
현재 한화는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게열사 임원에 순차적으로 시행하던 것을 내년부터 전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의 RSU는 연말연초에 현금으로 주는 기존 성과급 제도와 달리 일정기간이 지나면 주식을 주는 장기 성과보상제도이다. 5년에서 최대 10년간 이연해서 지급한다. 임직원의 장기적인 경영참여를 유도하고 미래의 성과 창출까지 고려해 부여하기 때문에 연초 보직 부임 시 지급을 약정하는 방식이다.
RSU는 임직원의 지속적인 성과창출로 회사의 실적과 가치가 올라 주가가 오를 경우 실제 주식을 받게 될 시점의 보상 역시 주가와 연동해 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지급받는 시점의 주가가 현재보다 떨어질 경우 보상규모가 작아질 수 있고, 임직원의 책임여부 등에 따라 지급 자체가 취소 될 수 있다.
한화 RSU의 가장 큰 장점은 임직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장기성장에 집중하면서 1~2년짜리 단기 성과가 아닌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장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동기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단기성과를 위해 저지르는 부정행위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회사는 RSU 지급을 위해 주식시장에서 자기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어 주가부양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주가부양으로 주주친화적인 경영이 자연스레 구현된다는 점이 RSU 특장점 중의 하나인 것이다. 최근 국내 상장사들이 RSU를 도입하는 하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주요 포인트이다.
◆[논란] 한화 3세 김동관 부회장에 지급된 RSU... 경영권 승계로 악용?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
지난 1월 한 매체는 "한화그룹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받은 RSU 평가가치가 389억원 가량 해당되며, 이들 회사에서 받은 급여 등 총 보수액 158억 8000만원보다 주식 보상의 현재가치가 두 배 남짓 많다"면서 "이는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화측은 "김 부회장의 경우 단기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RSU를 부여했으며 최초 부여 시점부터 20년이 지난 2040까지 실제 취득하는 주식은 모기업인 ㈜한화 주식의 1%대에 불과하여 지배력 강화의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대주주라는 이유로 RSU에서 제외하고 매년 현금 상여를 지급하는 것은 오히려 대주주에 대한 특혜이자 다른 임직원들을 역차별하는 부당한 결과"라고 항변하고 해당 매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이 매체는 보도에서 한화에서 53만2000주, 한화솔루션 34만6000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0만4000주를 받았다며 평가가치는 세 회사 주식의 2023년 12월 일평균 종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결과 389억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진단 ①]"머슴에겐 어음 주고 주인은 현금 가져 가는 게 맞나?"
이에 대해 RSU에 밝은 한 재무전문가는 "RSU는 단기성과에 대한 거액의 현금보상이나 스톡옵션 등을 이용한 일종의 '성과 빼먹기'(먹튀)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인데, 임직원에게는 RSU를 지급하고 김동관 부회장에겐 현금을 지급하면 임직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가령, 머슴들에겐 10년짜리 어음을 주고 주인은 현금을 가져가면 그게 불공정"이라며 "오너가 솔선수범해서 현금 대신 RSU를 받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전문가는 이 매체가 주장하는 가치평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RSU의 가치평가는 현금흐름할인모형(DCF방식)으로 미래에 실제로 주식을 부여받는 시점의 예상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보아야 정확한 가치를 따질 수 있는 것인데, 현재 시점에서 이들 기업의 미래 주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RSU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현재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단 ②] "성과 기여도 있다면 RSU 지급은 바람직"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김동관 부회장의 경우 이들 세 회사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기여한 공이 크다"며 "RSU는 장기성과에 대한 주식보상이므로 회사의 주가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기여도를 평가해야 하며, 특히 20년의 가득기간이 주어진 김 부회장의 RSU가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것은 너무 나간 억측"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최근 이 3개 회사의 시가총액은 한화 2.25조, 한화솔루션 5.66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7.8조로 모두 15조 7000억원 가량으로 이 매체에서 추정한 김 부회장의 RSU 현재가치 389억은 전체 시가총액의 0.24%에 불과하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보더라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 시가총액 증가액은 이미 4조 가량에 육박하고 있어 상당한 성과 기여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반직원은 5~7년, 경영진은 10년에 비해 김 부회장의 RSU는 가득기간이 20년인 점을 감안해 보면 20년 동안의 경영성과에 대해 지금의 주식 수 기준으로 1%대의 주식보상을 하는 것은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해 보더라도 전혀 과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방법으로 RSU를 평가하여 대주주 경영인을 매도하는 것은 제도의 좋은 면을 폄훼하는 것이란게 한화 측의 주장이다. 더불어 대주주 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을 차별하여 RSU를 부여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주주 경영인의 지배력 강화 방지를 위해 RSU대신에 현금 상여를 한다면, 이는 오히려 전문경영인에 대한 보상에 비해 역차별이 되며 일반주주의 주주가치에 상반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진단 ③]국가 핵심산업 지속성장 위해 RSU제도 활성화 해야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사업인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방산, 원자력, 인공지능, 조선·기계, 바이오·제약, 우주항공 등의 사업에서는 대규모의 자금이 소요되고 전문경영인의 철저한 분석과 오너의 과감한 전략적 결단이 요구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RSU제도를 통해 종업원과 경영진이 단기업적 지향에서 벗어나 장기성과를 제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곧 기업과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산업전략 측면에서도 RSU의 긍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는 대목이다.
장기적인 대규모의 신사업에 대한 투자는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화되는 것은 당연함에도 그룹의 흥망을 건 베팅에 가까운 전략적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매우 어려운 경영활동이다. 이는 대주주 경영진의 결단이 없으면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한화의 경우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방산, 조선, 에너지, 항공우주 등 대규모 장기사업에 과감한 전략적 의사결정의 결과로 인해 최근 기업가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은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상장 대기업의 대주주 경영인들과 전문경영인이 민주적인 리더십으로 장기성과 위주의 경영을 하여 10년, 20년 뒤 기업의 주식가치가 높아지게 되면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의 투자수익도 크게 개선되는 등 기업 외부 이해관계자의 가치도 그 만큼 증진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편 RSU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한 전문가는 "현 시점에 개선방안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앞으로 몇 년간 기업특성에 맞춰 시행해 본 후에 논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