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세 살고, 집 사라'가 만들어낸 전세사기"…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미리 대응했다면 희생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선순위 근저당' 흔하고 치명적인 권리 침해…경매 넘어가면 한 푼도 못 받고 집 쫓겨나"

"'바지임대인'으로 바뀌어도 세입자는 몰라…중첩적 채무인수 명확하게 규정해야"

"전세 보증 가입 의무인데도 등록 임대사업자의 7.7%만 보증보험 가입"

"주거의 부담 가능성에 초점 맞추고 주택 가격이나 전월세 가격 안정시켜야"

정부의 전세 사기 예방 조치와 지원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피해자의 주거권과 재산권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는 법과 제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이며, 피해자 인정에 대한 사각지대와 그들이 가장 원했던 '선구제 후회수'는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달간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2927억 원, 사고 건수는 1333건으로 집계됐다. HUG의 채권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 원을 넘어섰다.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가격이 집값을 넘어서는 역전세가 여전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은 늘어 HUG의 보증잔액은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소장은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의 제도 미비와 '빚내서 세 살아라', '빚내서 집 사라', '빚내서 집 지어라'라는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 피해 실정을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세 사기 수법으로 제일 흔하고 치명적이기도 한 것은 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부터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라고 했다. 선순위 채권은 부동산에 대한 채권 중 가장 먼저 변제되어야 한다. 근저당은 앞으로 발생할 채무에 대비해 특정 부동산에 저당권을 미리 설정하는 행위다. 이는 세입자 권리의 유무와 연결되어 선순위 근저당이 있으면 집에서 쫓겨나는 등 권리 침해가 매우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의해 집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임대인의 의무가 면책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양도인이 갖는 채무의 성격이 '중첩적 채무'인지 '면책적 채무'인지 명확하지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임차주택의 양도에 임차인의 동의가 없을 경우 양도인도 보증금 반환채무를 질 수 있도록 '중첩적 채무인수'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임대인 변경 시 임차인에 대한 통보 의무를 부과하고 임차인이 임대인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명문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심사 때 과도하게 높은 보증금 문제를 걸러내지 못해 보증 잔액이 급격하게 쌓여간다고도 지적했다. 무분별한 보증 확대로 보증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우리 공동체가 모든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래서 '빚내서 세 살아라'는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최 소장과의 일문일답

Q. 도시 문제를 분석하면서 전세 사기, 깡통전세 사태 실정에 대해 말씀해달라.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미리 대응했다면 희생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전세 사기, 깡통전세 문제는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항상 구조적으로 나오는 문제이기 때문에 도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전 2022년 초반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가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를 해왔다.

2021년을 기점으로 주택가격이 꺾이기 시작했고 정부가 예측하고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2020년 7월 당시 정부는 전세 대란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2년 되는 때 재계약하는 물건들이 나오면 전세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지금 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한 것이다.

그 문제를 제기하던 시점은 김대성(1669명의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한 '빌라왕')이 살아있을 때였다.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당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23년 2월부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희생자들이 나타났다. 이제 1주기가 돼가는데 미리 정부가 대응했다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부분이 너무 아쉽다.

Q. 가장 흔하게 이뤄지는 전세 사기 수법은 무엇인가?
은행이나 제2금융권으로부터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는데, 부동산 중개인이 '이 집은 임대인이 부자야'라고 하면서 '안전하다'고 얘기한다. 전세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그 말을 믿고 근저당 정도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는지 없는지는 세입자 권리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다는 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가 돈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쫓겨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주인에게 돈을 받을 채권 관계만 남고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소멸해버리는 것이다. 반면 선순위 근저당이 없다는 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유지되기 때문에, 내 돈을 다 받기 전에는 그 집에 계속 있을 수가 있고, 경매 인수인에게 보증금을 지불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유지된다.

권리가 있고 없고의 문제인데, 세입자들이 이 부분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 선순위 근저당이 없는 물건이 없다 보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하지만 '선순위 근저당'이 있다는 건 권리 침해가 매우 심각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세입자들이 잘 알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지금 전세 사기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교훈인 것 같다.

Q. 전세 사기 피해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빚내서 세 살아라',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집 지어라'라는 게 문제의 근원"

인천 미추홀구에서 극단적인 선택이 많이 일어났던 게 다 후순위 임차인이다. 선순위 근저당이 먼 얘기 같지만, 사실 많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금 자기 돈을 갖고 집을 짓는 사람이 없다. 다 빚을 내서 집을 짓기 때문에 이게 다 선순위 근저당이 잡힌다는 얘기다.

우리는 지금 '빚내서 집을 지어라'라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같은 것들에 관해서도 굉장히 관대했다. 10%만 자기 자본이 있으면 90% 자본을 빌려서 집을 짓는 방식이다. 건설 경기가 안 좋아졌다는 걱정을 하는데, 이런 구조로 인해서 세입자들이 받는 피해는 더 심각하다.

결국에는 '빚내서 세 살아라', '빚내서 집 사라'뿐만 아니라 '빚내서 집 지어라'라고 한 게 이 문제의 근원이 됐다.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되지 않은 새집을 찾기는 특히 어려운데, 이게 얼마나 나중에 치명적일 수 있는지 세입자들이 잘 아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제도는 지금 그걸 보호해주지 못하는데 모든 손해를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경매에 넘겨서 세입자의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돌려주더라도 법적으로 '아무것도 없던 일로 시작하자'는 식이다. '임대인한테 받아라' 하는데 임대인은 변제할 능력이 없다면 사실상은 받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다.

Q. 전세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꼭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와 주의할 사례가 있다면?

▲전세 적정가격 확인 ▲전세가율 확인 ▲등기부등본 확인 (선순위 근저당권) ▲건축물대장 확인(주택용도) ▲임대인의 체납세금 확인(동의 없이는 계약 후 집 들어가기 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중간 해지 사례 有)

피해자가 잘 몰라서 부주의해서 전세 사기를 당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다. 정말로 전세를 얻을 때 필요할 정보는 주지 않는다. 선순위 채권과 근저당 확인 외에도 전세가율이라는 것도 잘 봐야 한다. 주택가격과 전세 가격을 비교해 비율이 너무 높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는 훨씬 더 낮춰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아파트는 전세가 비율이 50~60%다. 10억짜리 집이 5억이 전세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데, 다세대 다가구 같은 경우 주택가격을 넘어서는 전세도 있었다. 전세가율에 관해서 굉장히 보수적으로 생각하셔야 한다. 3억짜리 집값이 한 번 경매에 넘어갈 때마다 20%씩 없어지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보통 (전세가율이 집값보다) 70%보다는 낮아야 한다. 다가구는 선순위에 있는 보증금이 얼마인지 여전히 알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특히 더 조심하셔야 한다는 점.

보증보험에 가입하고도 중간에 해지되는 사례도 많이 있다. 그래서 보증보험도 안심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보증금 신고를 거짓으로 하는 것이다. HUG에 1억의 전세를 줬다고 얘기하는데 알고 보면 세입자하고는 2억에 계약이 돼 있는 식으로 작동된다. HUG에서는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계약을 해지해버려서 대규모로 부산에서 이런 피해가 발생했다. HUG 보험은 세입자가 신청하는 것일 수도 있고, 등록 임대사업자여서 할 수도 있는 것.

"전세 보증 가입 의무인데도 등록 임대사업자의 7.7%만 보증보험 가입"

부동산에 의한 기만행위 중 또 대표적인 게 주택 등록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의무화'로 안심해도 된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가입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전세 사기 피해 가구실태조사에서 제일 놀라웠던 결과 중 하나가 주택 등록 임대사업자 중에서 7.7%밖에 가입을 안 했다. 2018년부터 의무화되어 이전에 한 사람들한테는 소급 적용을 안 해서 이런 문제도 발생하고, 최우선 변제금 이하인 계약에 관해서는 또 안 해도 되는 예외 조항도 있다.

당한 세입자들은 이게 얼마나 허술한 제도인지 안다. 관리 감독이 하나도 안 돼 있다. 한 사례로 전세 보증가입이 의무인데 일부 시군구에서는 이걸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증가입 신청했다는 서류만 내면 통과시켜줬다. 실제로는 보증 가입한 게 아니라 신청만 했는데, 신청서만 갖고도 보증가입을 해줘서 이 문제를 더 키웠다. 지금의 전세사기 문제는 세입자의 책임보다는 아주 중층적인 책임이 있다.

불법 주택(근린생활시설을 주거용으로 무단 용단 변경한 사례 등)일 때 피해를 당하면 권리 구제에 여러 가지 제한을 받는다. 예를 들면 지금 LH가 피해가 발생한 집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하는데 불법 주택은 매입 안 한다. 불법 주택이라고 건축물대장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없는 경우도 많아 주의해야 한다.

임대인이 임대 세금을 체납했는지 여부도 임대차계약을 일단 해야 알 수 있다. 물론 동의가 있다면 계약 체결 전 또는 계약일로부터 임대 기간 개시일까지 가능하나 다만 임대인의 동의 없이 세금 체납 정보를 알 수 있는 건 계약을 하고 내가 그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만이다.

Q. 예방한다고 해도 전세 사기, 깡통전세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순위 근저당 없는 집 찾기 어렵다…최소한의 규제가 없어 알면서도 당하는 수밖에"

막상 내가 집을 구해보면 대부분은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집이 70%가 넘는다. 알면서도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집이 없으니까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다. 특히 2022년 상황 생각해 보면 전세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있었다.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를 규제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개인이 이걸 극복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주택가격의 70%보다 전세가격이 낮게 설정돼야 한다는 제도가 있으면 개인이 이런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월세의 2~300배를 받는 막대한 전세보증금이 세입자의 전재산도 아니고 빚낸 돈으로 하는데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

주택 가격 대비 전세가율을 규제한다든가, 월세의 몇 배 수로 보증금을 규제한다든가 이런 최소한의 규제가 없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 전세가율이 낮아야 되는 건 알지만 그런 집이 없는 현실, 이런 것들이 간극이다. 그래서 이런 것의 제도화가 중요하다.

미국은 월세 계약이므로 보증금 규모가 우리나라에 비해 적지만 보증금 한도를 법률로 정하고 있다. 가구 및 집기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월세의 2개월 치가 상한이다. 다른 OECD 국가를 찾아봐도 전세가 (월세의) 6배 넘는 나라가 거의 없다. 우리는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에 따른 독특한 보호 장치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운이 좋아서 전세 사기를 안 당하는 거지 내가 만난 임대인이 나에게 전세 사기를 할 의도면 꼼짝없이 당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피해가 발생하면 은행은 다 선순위로 가져가고 세입자가 뒤로 남겨져 돈을 못 받게 되는 상황이다.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은행이 손해를 보게 되니까 은행을 보호할 제도는 많이 만들어 놨다. 2013년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을 양수한 금융기관 등이 우선변제권을 승계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 금융기관이 전세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승계받을 수 있도록 함에 따라 채권의 리스크는 줄어들었고 이는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하여 전세시장에 유동성의 공급 확대로 이어지게 됐다.

'빚내서 세 살아라'는 정책을 박근혜 정부 때 시작을 본격적으로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것의 방향을 틀지는 않았다. 은행은 세입자의 우선변제권을 승계받고, 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HF)로부터 보증도 받기 때문에 임대인이 변제 능력이 있는지를 보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제도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Q. '바지임대인'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를 예방하고자 특약에 관련 내용을 넣을 수 있나?

제일 황당한 것 중에 하나는 '바지 임대인'이라고 알려진 전세 사기 사례로 세입자가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모래성 위에 있는 것이다. 임대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빚을 돌려줄 사람이 바뀌었다는 걸 세입자에게 통보할 의무도 없는 현행 제도는 민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애매한 상황에서 이뤄진다. 법률도 아니고 대법원 판례에 의해서 임대인이 변경될 때 기존 임대인의 의무가 면책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문제가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에서 임차주택의 양도인이 갖는 채무의 성격을 '중첩적 채무'인지 '면책적 채무'인지 명확하게 하지 않은 입법 미비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임대인 변경 시 임차인에 대한 통보 의무를 부과하고, 임차인이 임대인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권리를 명문화해야 한다.

계약서에 특약은 넣어야 하지만 그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사기를 치려고 하는 사람한테는 소용이 없다. 임대인이 바뀔 때는 세입자에게 알려주는 제도가 있으면 되는 것이다. 바지 임대인은 제도적으로 당장 빨리 바꿔야 한다. 여야를 떠나서 세입자에게 알려주지조차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누구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Q.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준 뒤 회수하지 못한 채권 잔액이 4조원을 넘어섰다.

HUG가 몇조 원씩을 변제하는 것 자체도 문제다. 보증보험이 은행 좋은 일 하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HUG가 책임지고 돌려주기 때문에 은행은 이자 놀이를 아주 안전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HUG라는 공기업이 대위변제 한다는 건 국민이 내고 그 돈은 전세 사기, 깡통전세를 일으킨 사람들한테 가는 건데 모든 피해를 현재도 우리 공동체가 많이 지고 있다.

집값의 90%까지를 전세보증금으로 보증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지금 공시가격의 126%까지 HUG가 보증을 해주는데 너무 과도하고 보증 축소를 해야 한다. 이런 이상한 정책이 왜 설계됐냐면 '빚내서 세 살아라'와 '빚내서 집 사라'가 같은 세트다. 개인으로서는 HUG가 대위 변제하는 게 그래도 낫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리 공동체가 부담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보증이 확대되어서는 안 되고, 근본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Q. 아울러 우리나라 주택 정책에서 가장 유의할 점이 있다면?

"주거의 부담 가능성에 초점 맞추고 주택 가격이나 전월세 가격 안정시켜야"

결국엔 이렇게 왜 전세대출을 확대해 줬을까. 개인으로서는 월세 사는 것보다 그게 이익이기 때문에 그랬다. 2억을 빌리더라도 그 이자가 월세보다 적으니까 그게 상대적으로 나은 선택이었던 것인데, 전세 사기가 발생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개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이익이 달라지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던 건데 이건 약간 핑계였던 것 같다.

대출을 늘리기 위한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세 살아라'는 맞물려서 돌아가야 하는 것으로 결국에는 무분별하게 대출이 확대되고 보증이 확대되면서 공동체에게 매우 많은 부담이 갔다. 그러나 이게 나쁘기만 했다면 작동하지 않고 사회적인 공감대도 없었을 텐데, 전세대출을 받고 사고가 안 난 개인들한테는 이득이었고 상대적으로는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

대출로 인해서 전세 가격 자체가 올라가고, 매매가도 올라가고 결국 길게 보면 누구의 이익도 아닌 정책을 만들어낸 것이다. 주거비 지원 정책은 이런 부작용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결국 '빚내서 집사라' '빚내서 세 살아라' 덧붙여 '빚내서 집 지어라'라는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되지 않으면 전세 사기에 관련된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기 어렵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 나오는 정책이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굉장히 미시적이고 그렇다고 근본적인 대책들은 없다. 재발을 막을 수 없고 결국 계속 집값을 올려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데 그게 언제까지 가능하겠나.

우리나라 주거 문제에 가장 중요한 점은 주택 정책이 주거의 부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주택 가격이나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킬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집의 수요와 공급 이런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지 집을 많이 지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도이고 가계부채를 한도 끝도 없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정책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이건 전세사기랑 연결이 된다. 그걸 포기하지 않으면 대책을 만들 수가 없다. 주택가격을 부양하는 기존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없으면 전세대출을 어떻게 규제하나. 집값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래서 지금도 전세대출 규제 안한다. 신혼부부랑 청소년, 청년들에게 더 대출 해주겠다고 하는 굉장히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다.

Q. 주택과 청년문제, 특히 결혼과 저출산 등이 연결되는데 정책적인 제언이 있다면?

"공공이 공급한 분양 주택은 공공에 다시 팔고…이익 공유하는 모델 만들어야"

서울과 부산은 저출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주거비가 높은 게 핵심적인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금 서울의 경우 대학가의 원룸 지하도 60만 원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주거비가 높고 열악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든 것이다. 청년들이 현재를 살고 미래를 꿈꾸기 어렵다. 결국 이게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를 발생시키는데 주거비의 부담 가능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속 가능하지 않게 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아이 안 낳겠다' 그렇게 미래 세대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희망이 없다고 보는 것이고, 그래서 청년 세대와 미래 세대 그리고 집을 갖고 있지 않은 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중요한 건 집값이 너무 꿈 같은 거여서 나랑 전혀 상관없는 수십억이 되면 '이건 도저히 안 되겠네' 이렇게 되지 않는 집들이 나와야 한다. 지금까지 그런 집들이 없었던 게 아니라 있었다. 반포주공과 잠실주공 등 주택공사에서 공급한 집들 같은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저렴한 가격에 분양했는데 수분양자가 이익을 다 가질 수 있게 되어 버렸다. 공공이 공급하는데 바로 민간용으로 넘어가서 수십억짜리 아파트가 된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이건 다른 나라들은 다 제도적으로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공공이 공급한 분양 주택은 공공에 판매권을 주고 다시 판다.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공공과 민간이 이런 모델들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늘려야 되고 공공분양 주택도 지금과는 다른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3기 신도시가 될 건데 땅 팔지 말고 집을 지어서 공공분양이나 공공임대를 하면 훨씬 더 우리 주거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까 우리의 주거비의 부담 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에 집중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전세 사기 문제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은데, 전세 사기는 그걸 예방하기 위한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많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