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동문, '입틀막 퇴장'에 대통령 경호처 고발…"국가 폭력 사건"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 말로 항의한 졸업생을 물리력 동원해 집단 폭행"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침해한 심각한 폭력 행위…반복되어서는 안 돼"

한국과학기술원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경호처를 대통령경호법 위반(직권남용), 감금죄, 폭행죄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고발인은 주시형 전남대 교수(산업경영학과 96학번)와 2004년 카이스트 총학생회장인 김혜민 더불어민주당 광명을 예비후보(수리과학과 01학번) 등 총 26명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주시형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해 서민 복지 예산이 축소되고, 연구개발 예산이 삭감되어 서민들과 과학기술계는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에 카이스트 졸업생 신민기 씨는 지난 16일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에 부자감세 철회와 연구개발예산 복원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말로 항의한 졸업생을 물리력을 동원해 집단 폭행했다"며 "이미 벌어진 것처럼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은 해당 졸업생의 입을 막고 밖으로 끌고나가 감금·체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이 국가기관에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고 과잉 행사해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심각한 폭력 행위"라며 "국가기관의 이러한 행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김혜민 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문들이 반드시 힘을 합쳐 연구개발 예산을 복원하고 대통령실 경호처장의 경질을 이뤄내고,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내도록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대리인인 김동아 변호사는 "민주주의 국가라면 대통령의 정책에 항의하고 소리치는 것은 당연한 국민의 권리"라며 "피해자가 대통령을 위해할 어떤 의사나 도구도 없이 단지 R&D 예산 삭감을 항의하기 위해 잠시 소리친 데 대해 국가 권력을 동원하여 과도하게 제압한 국가 폭력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시민에 대한 국가 폭력 범죄에 관하여는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며 "만약 수사 과정에서 윗선 개입이나 부실 수사가 진행될 경우 향후 이 점에 관해서도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앞서 카이스트 학위수여식에서 지난 16일 졸업생인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신민기씨가 윤석열 대통령 축사 중 R&D 예산 삭감 등에 항의하다 경호원에 의해 입이 틀어막히고 팔다리가 들려 강제 퇴장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이는 법과 규정, 경호원칙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카이스트 대학원생인권센터와 학생 및 교직원 4456인은 이날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과잉대응"이라며 대통령실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