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의 날, 새로운 탈바꿈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이를 알고 그 의미를 새기는 납세자는 얼마나 될까?

납세자의 날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고 선정된 모범납세자를 포상하고 홍보대사를 위촉하는 것이 주된 행사이다.

공공세수의 25%를 차지하는 지방세는 행사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도 온전한 틀이 아니다. 바꿀 때가 되었다.

세계 각국도 어떤 형태이든 납세자의 날을 정하여 기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존립 기반인 재정을 마련하는 가장 중요한 축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은 맞지만 그 부담액은 천차반별이다. 인간의 이기심이라는 속성상 "세금은 남이, 그 혜택은 내가"라는 정서가 동서고금을 통하여 흐르고 있다.

역사상 세금의 불균형과 수탈은 왕조의 쇠망으로 이어져 왔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근대 민주국가에서도 세금의 역할과 세금에 대한 정서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세금이 국민회비가 된 것은 맞지만, 많이 내는 납세자와 공짜로 받기만 하는 일부는 항상 재정과 복지에서 서로 부딪친다.

세금 내는 사람 다르고, 쓰는 사람 다를 수밖에 없지만, 내는 사람이 존중받지 못하고 그 목소리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세금은 응능부담의 원리에 따라 각자 내는 금액이 다 다르지만, 선거는 1인 1표로 모두가 동등하다. 어떻게든 표를 많이 받는 것이 정의가 된다.

재정은 언제나 표를 위한 포퓰리즘의 위협을 받게 된다. 국가가 이 지점에서 해야 할 책무는 공동선의 목표를 확고히 하여 소득이 많은 개인과 기업은 기꺼이 응분의 세금을 내고 혜택을 받는 계층은 그에 감사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납세자들은 정부에 낸 백 만원의 세금을 자신이 쓰는 것보다 더 가치 있게 쓰기 바란다. 그렇지 못하고 헛되이 쓰인다면 누가 세금을 내려 하겠는가?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는 세금을 공돈처럼 쓰려든다. 예산을 턱없이 낭비하여도 책임을 물을 납세자소송제도는 국세에서는 도입되지 않고 있다.

납세자의 날을 맞아 다시금 세금에 대하여 생각하고 앞선 조세문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인식과 다짐이 필요한 이유이다.

작년 납세자의 날에는 유래 없이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하였다. 대통령이 납세자의 날에 참석하여 납세자에 감사하고 격려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오랜동안 납세자의 날이 그냥 지나치는 법정기념일 정도였으나 그 격을 제자리로 높여 주었다.

건전재정을 확고히 하겠다는 현정부가 앞으로 이를 새로운 전통으로 이어나가기를 기대한다.

매년 맞는 새해 시정연설에서도 국정 최고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납세자에 대한 감사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납세자가 자긍심을 갖게 되고 세금을 공돈아닌 내 돈처럼 쓰는 정부에 다가서게 될 것이다.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납세자가 존중받는 사회로 자리잡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