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1배 미만 기업 주가 급등세...'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깔려
日 사례가 모델?...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 환경 조성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7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PBR이 1보다 낮은 종목은 1118개이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저PBR주가 국내 증시를 배회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주주의 몫인 순자산보다 적은 PBR 1배 미만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시장 기저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깔렸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이 순자산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은 사업을 존속하기보다 부채를 갚고 해산해 주주에게 남은 자산을 분배하는 게 낫다는 뜻도 된다.
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7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PBR이 1보다 낮은 종목은 1118개이다. 그러나 주가가 급등한 저PBR주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주를 비롯해 유통주, 자동차주 등 특정 업종 위주로 국한됐다. 그마저도 실적과 관계없이 급등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테마주로 변질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저PBR주 급등 현상의 기저 심리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을 스스로 수립하고 실행토록 해 주가 저평가 현상을 극복하게 돕는 정책이다. 예시로 상장기업이 기업가치 개선 계획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재하는 방안과 함께 기업가치 제고 우수업체로 구성된 지수 개발 등이 언급됐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논의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유사한 제도를 앞서 도입한 일본은 좋은 본보기이다. 지난해 3월 도쿄증권거래소(TSE)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에 주가 상승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에 나섰고 주주환원 정책이 증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주주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됐다. TSE는 올해 1월부터 지배구조보고서 등을 통해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기재한 기업 명단을 매달 공표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우수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가 출시된 점도 일본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TSE가 작년 7월 도입한 'JPX프라임150지수'는 PBR이 1을 초과하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자본비용보다 높은 종목들로 구성돼 소니, 키엔스, 엔티티 등 150종목이 편입돼 있다. 다이와자산운용은 지난달 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인 'iFreeETF JPX프라임 150'을 도쿄 증시에 상장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노력이 있고 난 뒤 현지 증시가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다.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지난달 23일 장중 3만6984.51을 기록해 1990년 2월 이후 33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가치 제고 정책 성과로 주주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된 데다 작년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매수세를 주도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작년 6월 일본 5대 종합상사 평균 지분율을 8.5% 이상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새로 개편된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통한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주가를 부양하고 있다는 현지 분석도 나왔다.
국내 증권가는 앞선 일본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상장기업이 실질적인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 여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도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하기 전 단계에서 PBR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순한 일회성 대책이 아닌 매년 업데이트해 나가면서 기업 문화를 바꾸는 정책"이라며 "이달 말 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니 관심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