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이재용에 면죄부 선물… 사법리스크 일단락 되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25-2형사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5일 오후 이 회장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에 대한 선고재판에서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공소 사실에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공모 혐의자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 실장 등 삼성그룹 핵심관계자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20년 9월 관련 사건으로 기소된 지 3년 5개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한 지 약 5년 3개월 만의 법원 1심 재판부의 선고 결과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 "실제로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지만, 합병은 양사의 합병 필요성 등의 검토를 거쳤기에 그 사업성이 인정된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또 "양사(삼성물산-제일모직)의 이사회를 거친 것을 보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만이 합병의 목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합병은 삼성물산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어 합병의 주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검찰은 부당한 합병으로 주주들이 불이익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주가와 증권사 리포트 등을 봤을 때 (합병이) 주주들의 손해로 이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대법원이 2017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에서 이 회장의 승계 작업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미래전략실이 삼성물산 의사에 반해 이 회장의 주도로 합병을 주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면죄부를 줬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며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한 혐의와 이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했고, 이어 이 회장이 삼성물산에 불이익이 될 것을 알면서도 합병을 결정한 점, 이를 위해 허위 호재 공표, 중요 정보 은폐, 삼성증권 조직 동원 등을 주도한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검찰의 공소내용에 대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삼성 프로젝트G 문건이 경영권 승계 문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이 회장은 선고 법정에 출석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적이 없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과 '불법 승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높인 것은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피해갔다.
이날 재판부의 선고는 이 회장에게 위 혐의들에 대한 면죄부를 쥐어줬고, 시종일관 "(검찰의 공소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 "증거능력이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이재용 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되었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이재용 회장의 선고에 대한 금감원 출입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 삼성그룹 위상에 비춰 이번 선고가 소위 사법리스크 일단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삼성 그룹과 이재용 회장께서 경영 혁신, 국민 경제 발전을 위해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이 사건의 재판이 대법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