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시장 화재서도 지적된 '샌드위치 패널'…한 번 착화되면 급격하게 연소 확대"
"소방관 2명 진압 과정서 문 개방…산소 공급돼 급격하게 연소 확대 가능성"
"소방관이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재량권 부여하는 제도적인 정비 필요"
◆…2일 오전 경북 문경시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청 직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육가공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진압·구조 과정에서 소방공무원 2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오늘(2일) 진행되는 합동 감식에서 식용유 폭발 등 모든 상황을 포함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사고 경위를 밝힐 예정인 가운데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사고의 원인으로 튀김옷 찌꺼기 같은 곳에서도 발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함은구 한국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화재가 발생한 튀김 식품 공장에 있던 기름이나 가스 영향도 있다고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튀김기가 식용유 같은 것을 사용하고 액체로 됐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는 발연점이 굉장히 낮아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아주 적은 빈도이긴 하지만 튀김옷 찌꺼기라는 것에서도 축열을 한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는 "온도를 점점 올리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 그러다가 한 200도 정도가 되면 튀김옷 같은 곳에서도 발화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며 "그래서 이런 튀김옷 찌꺼기 같은 것에서 어떤 자연 발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조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 교수는 특히 이번 화재에 앞서 23일 서천시장 화재에서도 지적된 '샌드위치 패널'을 화재가 커진 이유로 언급했다. 그는 "샌드위치 패널 같은 경우에는 한 번 착화되기 시작하면 급격하게 연소가 확대되는 특성을 보여주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한 번 착화가 되면 구조적인 힘을 받는 것들을 금방 상실하게 된다"며 "샌드위치 패널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불이 나면 소방대가 아무리 많이 출동하더라도 일정 시간 연소 확대가 이루어져 버리면 뾰족하게 진화할 방법이 없는 정도의 그런 위험한 건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 물류창고 화재 때도 그렇고 대부분의 이런 샌드위치 패널의 구조가 약한 데서는 소방관들이 진입했을 때 고립되거나 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함 교수는 소방대원 2명이 사고 현장에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 "최초 발화가 의심되는 3층에서 소방관들이 진입하는 과정에서 산소 공급 즉 문을 열거나 개구부로 개방을 하면서 산소가 공급되면서 급격하게 연소 확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가능성도 굉장히 높다"고 짚었다.
이어 "학술적으로 플래시오버(화재 초기 단계에서 점화물 주변으로 한정된 연소 범위가 확대되면서 가연성 가스 농도가 연소 범위까지 높아져 한 번에 인화, 큰 불꽃으로 방 전체가 불꽃이 되는 현상)라든가 백드래프트(연소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하여 훈소상태에 있는 실내에 산소가 갑자기 다량 공급될 때 연소 가스가 순간적으로 발화하는 현상) 이런 것들이 나타나서 순식간에 고립돼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예상했다.
그는 구조대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한 교육이라든가 매뉴얼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소방관이 무리하지 않도록 하는 재량권을 부여하는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 교수는 "방화복, 산소호흡기 같은 소방 장비에 대한 부분과 탐색에 있어 무인 로봇이나 드론 같은 것들을 활용하는 것도 좀 더 발전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며 "무엇보다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 그리고 무너지지 않더라도 휘어지면 문 같은 것들이 개방이 안 될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 (소방관들이) 위험성을 알고 있지만 또 사람 요구조자(구조대상자)가 있었을 때 소방에서 적절하게 구조 활동하지 못했다는 그런 비난들이 우리 사회에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합동감식에는 소방청, 경북소방본부, 국립소방연구원, 문경소방서, 문경경찰서, 소방기술원, 경북경찰청 과학수사대, 국과수, 경북화재합동조사단, 전기안전공사 관계자 30여 명이 참여해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의 최초발화 지점 및 화재원인, 순직한 소방관의 사고경위 등을 살펴볼 예정이다.
특히 경찰 등은 건물 내부에 식용유 등 휘발성 물질 여부가 어느 정도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