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단 10분 만이라도 만나 달라고 요청 했으나 지금까지 응답 없다"
"특별법 제정 위해 법안 검토해 달라고 했을 때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정부 피해지원 대책, 특별법에 있는 내용…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건가"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본질은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이미 일상은 다 무너져"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후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국무회의 의결에 대해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대통령을 향해 우리가 정말 적인지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3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을 혹시 만날 수 있으면 어떤 말을 먼저 하고 싶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왜 우리를 이렇게도 적대시하는지, 우리가 자식을 잃고 아파하는 마음을 정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냐고 정말 물어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뒤 이를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정민 위원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우리가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한동훈 위원장에게 단 10분 만이라도 만나 달라고 특별법이 왜 필요한지 설명하겠다고 요청 했었다"며 "그런데 지금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이 삭발식에 이어 오체투지 호소에도 불구하고 전날(30일) 거부권 행사가 이뤄진 데 대해 이 위원장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특별법 거부권을 대통령한테 건의한 뒤 해당 지원책을 발표한 데 대해서 "지난 1년 동안 정부와 여당은 단 한 번도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그 법안을 검토해 달라고 했을 때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탄했다.
정부는 30일 참사 피해자에 대해 재판 확정 전 배상금 지급, 생활 안정지원금·의료비·간병비 확대, 영구 추모공간 정비 등을 내용으로 담은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언론을 통해서 처음 들었고 여론을 호도하는 내용"이라며 "발표한 피해지원 종합 대책은 특별법에 다 들어있는 내용이다. 특조위만 빼고 특별법에 다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그 지원 대책을 어떤 근거로 하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어차피 특별법 안에 다 들어있는 내용이고 그런 근거로 만들려면 어차피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 대책을 만들겠다 해서 아무 근거 없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정부가 (별도로)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추가 조사를 한다는 내용도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우리가 독립적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그렇게 수도 없이 이야기했을 때 '특수본 국정조사로 다 밝혀졌다'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며 "'특조위가 필요 없다'는 말을 계속 해왔는데 이제 와서 왜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본질은 정말 이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하고 싶다는 게 본질"이라며 "그런데 자꾸 그 본질을 벗어나 계속해서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정부의 부재로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한 것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끝으로 이 위원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시점은 저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일상이 다 무너졌고 이미 가정이 다 깨어져 버린 상태"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더 이상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다고 느껴지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 우리 아이들이 그날 어떻게 그렇게 그 현장에서 그렇게 되었는지 알기라도 한다면 그나마 마음속에 묻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며 "그래서 저희가 끊임없이 진상규명을 해달라고 외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상정·의결했다. 그는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며 "이 법이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재의요구 시한인 다음 달 3일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부는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5번째, 법안 수로는 9건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