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특별법 거부해놓고 '최대 배상 지원' 운운 천박"
"유족 원한 건 진상규명 없는 '피해자 지원책' 아닌 '그날의 진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 위해 특별조사위원회가 당연"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후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국무회의 의결에 대해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정부는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을 바라는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며 "159명의 무고한 국민이 희생되었는데, 참사의 진상과 책임을 밝히는 것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을 심화시킬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임 원내대변인은 "한덕수 총리는 검경의 수사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에 대한 지적이 지난 1년간 끊이질 않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귀를 막고 있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특별조사위원회의 권한과 구성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주장 역시 파렴치하다"며 "국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할 정부와 여당이 159명 국민의 희생에 대해 책임지지 못하겠다면 대체 그 자리에 왜 앉아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재발 방지에 기여할 길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 참사가 발생한 사건의 진실마저 가로막으려 하는 것은 아무런 정당성이 없는 거부권"이라며 "정부는 특조위 구성 등이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여당 입장을 충분히 반영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이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해당 법에서 특검도 제외했고, 법안 시행도 총선 이후로 했으며, 특조위 활동 기간도 단축하는 등 여러 차례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다"며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의 태도가 더 한심한 것은, 거부권 행사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유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제시한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이야말로 유가족과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일부 보수 유튜버들과 정치 평론가들이 자식들의 죽음으로 돈을 벌려고 한다는 패륜적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이 호소한 것은 오직 진실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다. 피맺힌 호소를 외면하고 돈으로 때우겠다는 천박한 인식은 매우 유감"이라며 "실제 책임과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어떠한 배상과 보상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국민을 편가르기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을 오직 정치적 유불리로만 판단하는 것은 참 비정하다"고 거센 비판을 이어갔다.
야당 의원들도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국가의 책무마저 거부한 것"이라며 "오체투지를 한 유족들이 원한 건 진상규명 없는 피해자 지원책이 아니라 '그날의 진실'이다.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왜 희생돼야 했는지', '정부는 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는지' 철저하게 규명해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부권 행사로 국민 요구를 짓밟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수호라는 국가의 책무마저 거부한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영표 의원은 "누구의 책임인가, 재발방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확인하려면 진상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어찌 정쟁인가"라며 "지금껏 참사에 대한 모든 책임을 회피해왔던 윤석열 정부는 또 다시 권력을 남발해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특별법은 거부해놓고 '최대 배상 지원' 운운하는 천박함까지, 진정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 정권"이라고 맹비판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도 "거부권 의결을 하는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총리가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똑똑히 알아야 한다. 오히려 참사로 인한 아픔을 정쟁으로 만드는 것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부와 말도 안 되는 왜곡선전을 하는 여당"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철저하고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특별조사위원회가 당연하고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조사위의 그 권한 및 범위에 제한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며 "특별법을 거부하고 지원 확대 운운하는 것은 돈으로 진실과 비판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특별법안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추가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며 "그러나 그간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 조사를 위한 별도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모든 법률은 헌법질서에 부합해야 한다. 진상규명 조사 등 막중한 권한에 상응하는 공정성과 중립성도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특조위는 그 권한과 구성에서부터 이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위헌 소지가 있다고 했다.
특히 "특조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유족·피해자 지원책과 관련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재정적, 심리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안타까운 희생을 예우하고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적극 추진하겠다"며 "'10·29 참사 피해지원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내실 있는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