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800만명 근로자 일자리 지킬 마지막 기회"
"느닷없이 산안청 관련 예산 2조원 증액 요청"
"민생 파탄 책임, 반드시 져야 할 것"
◆…2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및 규탄대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 법 개정을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조건을 붙이며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려는 오만하고 비정한 정치를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규탄대회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시작되는 오는 27일이 딱 이틀 남았다"며 "수많은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폐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오늘 본회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800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지키고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 여당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간 야당이 요구했던 조건들을 이행하려 지속적으로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부는 중대재해 취약 분야 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업들도 더 이상 유예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법 통과를 위한 요구사항을 추가하며 여야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떡 하나 주면 또 다른 떡을 내어 놓으라 하는 것인데, 이쯤 되면 법을 통과시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동네의 음식점, 마트 등을 운영하는 우리 이웃의 삶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달라는 국민의 아우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이 민생을 외면한 채 비정한 선택을 한다면 민생 파탄의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개정안을 지난해 9월 발의한 임이자 의원은 "만 83만여 개에 달하는 영세 기업들은 전문 인력과 재원의 부족, 열악한 사업 환경 등 피할 수 없는 여러 어려움으로 아직 준비가 부족함을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임 의원은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장으로서 현장 방문해 점검한 결과, 영세 중소기업의 대표자분들께서는 1인 3역을 하고 계셨다"며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을 경우 폐업이 속출하고 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을 우려하는 절박한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법 시행 준비 부족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구체적 재해 예방 추진 계획과 재정 지원 방안, △경제 단체가 2년 뒤 추가 유예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 3가지 조건 충족을 전제로 법 시행 유예가 가능하다는 입장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가 응했으나, 느닷없이 산업안전보건청 관련 예산 2조원 증액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영주 의원이 2020년 7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문 정부는 산업안전보건청 대신 '산업안전보건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금년도 정부 예산이 확정된 상황에서 어디에 어떻게 쓸지도 밝히지 않고, 예산을 2조원으로 증액하라고 하는데, 고용노동부 예산 심사 때 이런 얘기 한마디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즉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법안을 왜 지금까지 논의 안 했는지, 2조원은 어디에 어떻게 쓸지 밝혀주시기 바란다. 대답 못한다면 민주당은 지금까지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금도 총선만을 생각해 양대 노총 눈치만 보고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의 생계보다 조직화된 표를 의식해서 몰염치한 정치를 하고 있다"며 "향후 유예안이 개정되지 못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은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앞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모레부터 대기업 등과 동일한 기준으로 이 법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소상공인과 거기 고용되어 있는 서민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을 2년간 유예할 것을 다시 한번 민주당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가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법안을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 합의에 실패하며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적용될 예정이다.
여야는 그간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 처리를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를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국민의힘은 전날 민주당에 '25인 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시행을 1년간 유예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83만 영세업자의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이날 김수경 대변인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