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급락에 8년 전 악몽 재현될라...증권업계 "ELS 운용·헤지 개선"

자체 헤지 보수적 운용 기조로 전환

외사 디폴트 대비한 백투백 헤지 '대세'

'파생 운용' 외국계IB도 추가 헤지 진행

지금은 그때보다 ELS 운용·헤지 방식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게 증권가의 자평이다.

증권업계 관계자 A씨는 "2016년 당시만 해도 트레이딩 부서에서 원웨이 투자로 수익을 많이 내려는 운용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개별 운용역들이 자체 헤지로 운용할 때 확신이 있으니까 수익 내려고 헤지를 키웠다"며 "헤지만 하면 제로섬이니까 레버리지를 키워서 공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지금은 ELS 운용할 때 보수적으로 하는 추세고 자체 헤지를 하는 하우스들도 보수적으로 운용한다"고 전했다.

증권사는 ELS를 발행하면서 사전에 약정한 조건에 따른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상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증권사가 ELS로 모집한 투자 금액을 직접 운용하면서 상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자체 헤지'라고 한다.

'자체 헤지'는 국공채 등 채권 투자를 비롯해 기초지수 현물이나 선물, 옵션거래 등을 활용해 투자 위험을 '0(제로)'에 가깝게 유지하는 게 목표이다.

홍콩ELS의 경우를 예로 들면 홍콩H지수가 상승하면 H지수 선물을 매도하고 지수가 하락하면 선물을 매수하는 식으로 헤지가 이루어진다. 이는 흔히 알려진 저점매수 고점매도 전략에 해당한다. 여기에 H지수 관련 콜옵션 또는 풋옵션 등 파생상품을 매매하면 추가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반면 녹인(Knock-in)이 발생시 헤지 구조는 홍콩H지수가 내리면 보유 자산을 줄이고 홍콩H지수가 오르면 보유 자산을 늘리는 구조로 바뀐다.

증권사가 운용 위험을 외국계 투자은행(IB) 등 외부로 전가하는 '백투백 헤지' 방식도 존재한다. 크게 'Fully funded Swap(풀리펀디드 스왑)'과 'Unfunded Swap(언펀디드 스왑)'으로 나뉜다.

증권사 B사 관계자는 "자체 헤지와 백투백 헤지 둘 다 활용 중이고 건마다 다르다. 그때그때 의사결정에 따라 헤지 방식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증권사 C사 관계자는 "외국계IB들과의 일반적인 ELS 백투백헤지 거래는 ELS 발행 원금의 교환 없이 증권사가 ELS 발행 자금을 운용하고, 외국계IB와 투자상품의 수익/손실에 대한 교환을 체결하는 구조의 언펀디드 스왑 거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요즘 증권사에서 풀리펀디드 스왑은 거의 안 쓴다. 외국계IB가 망할 확률도 있고 외사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안 한다"고 말했다.

풀리펀디드 스왑은 증권사가 ELS를 발행하고 외국계IB의 ELS 상품을 구입하는 헤지 방식이다. 증권사는 중간에서 차익을 챙기고 외국계IB가 원금의 운용을 맡는 셈이다. 그러나 외국계 IB 부도 등으로 인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존재한다.

언펀디드 스왑 방식으로 헤지를 하면 파생상품 운용에 따른 리스크만 거래상대방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해 증권사는 원금을 보유하며 채권 등에 투자하고 외국계 IB는 옵션 등 파생상품 운용을 하면서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다.

우리은행이 ELS 관련 파생상품 운용에서 대규모 손실 낸 사건을 보면 백투백 헤지에서 외국계IB의 역할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국내 증권사와 백투백헤지 계약을 맺고 ELS상품 관련 파생상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962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이 은행은 주식옵션 변수 데이터(헤지포지션)에 대한 잘못된 평가방법을 적용해 오다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뒤늦게 인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생상품 투자 손실은 작년 2분기에 회계상 손실을 반영했다.

A씨는 "외국계IB들은 ELS 운용계약을 맺고 파생상품 운용을 하면서 그들도 또 다른 IB와 계약을 맺어서 헤지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