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투·삼성 등 11개 증권사 원금손실 공지
손실률 48%에서 56%로 증가 추세... 60% 육박
상반기 만기도래 10조 규모... 4월 2.5조로 정점
금융당국, 24일 증권사 CEO 소집해 ELS 등 점검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이 피해 보상 등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800억원 규모의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원금손실을 확정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개 증권사에서 원금손실을 공지한 홍콩ELS 상품의 발행금액 합계는 총 831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대우29447'을 비롯한 6개 ELS 상품에 대해 원금손실을 확정했다. 6개 상품의 발행금액을 더하면 263억원 규모이다.
이 증권사가 공지한 손실률은 지난 8일 48.62%에서 2주만에 56.05%까지 상승하며 60%에 육박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트루(ELS)13602' 등 7개 ELS 상품의 발행금액은 182억원이다.
이달 12일 만기를 맞은 '트루(ELS)13551'의 손실률은 51.42%였고 19일 만기도래한 '트루(ELS)13602' 손실률은 55.06%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11개 상품의 원금손실을 공지했다. 발행금액은 169억원으로 미래에셋과 한국투자증권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손실률은 지난 10일 48.07%에서 19일 51.89%까지 커졌고 만기를 맞아 원금의 절반 안팎 수준에서 상환이 이뤄졌다.
이외에도 원금손실을 공시한 증권사는 NH(발행금액 75억원), KB(48억원), 신영(30억원), 신한(23억원), 키움(23억원), 하나(12억원), 유진(3억원), 한화(2억원) 등이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 때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하지만 미리 정한 수준보다 기초자산 가격이 내려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홍콩ELS의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는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1만 포인트(p) 위에서 고점을 형성한 이후 장장 3년에 걸쳐 하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19일 기준 종가는 5127.24포인트(p)로 올해 초 5672.53p에 비해 더 떨어졌다.
이에 따라 3년 전 발행돼 올 들어 만기를 맞은 홍콩ELS 상품들이 50% 안팎의 손실률을 보였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증권사가 2021년 1~6월 발행한 홍콩ELS 상품 중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10조993억원이다.
월별 만기도래 규모는 1월 1조3452억원, 2월 1조5696억원, 3월 1조8522억원, 4월 2조4596억원, 5월 1조4582억원, 6월 1조414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4월에 2조원을 넘기면서 정점을 찍는 모양새다.
증권사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ELS를 활용한다. ELS를 발행해 모은 돈으로 기초자산을 매수하고 남은 금액은 현금으로 보유하거나 채권을 사들인다.
증권사는 이렇게 보유한 자산의 가치와 ELS 평가가치 간의 차이를 적절한 헤지를 통해 상환 때까지 유지시켜 수익을 낸다.
다만 증권사가 ELS를 발행하더라도 대부분의 판매는 은행 영업 지점에서 이뤄진다. 은행은 증권사 대신 ELS를 판매해 수수료를 챙긴다.
투자자들의 분노는 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 쪽을 향해 있다. 지난주 금요일에는 수백 명의 홍콩 ELS 상품 가입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항위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한 가입자는 안전하고 100% 상환이 된다라고 말한 것이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오는 24일 열리는 증권업계 신년 간담회에서 ELS 제도개선 등 각종 현안에 대한 업계 의견을 청취한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15개 증권사 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오는 3월까지 홍콩H지수 손실 사태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