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 드는 이상한 수사(?)… 적반하장도 유분수

심각한 불법 덮는 경찰과 검사의 만능 키… "절차 위법"

메뉴얼화 된 정부 대응… '무대응→시간 끌기→여론 반하는 결과 내놓기(수사와 재판')

과거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이 그랬다.

당초 성접대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김학의 전 차관의 동영상이 공개됐을 때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임을 국민들은 다 아는데, 검사들만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런 답답한 일이라니. 그래도 검사들은 눈하나 까딱하지 않고 제식구 감싸기로 뻔뻔하게 버텼다.

그리고 제 발이 저린 김 전 차관이 국외로 빠져나가기 위해 '가케무사'를 앞세워 공항에 나타난 것을 비행기 탑승 직전 잡아내 출국금지 한 검사가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오히려 절차 위법('불법 출국금지'란다)을 이유로 출국금지한 검사를 고발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발생했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은 사라지고, 불법을 앞세운 출국금지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접대 의혹을 받던 김 전 차관은 시효가 끝나 처벌되지 않고 풀려났고, 그를 공항에서 가로막았던 검사는 출국금지 과정에서의 불법을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꾸라지들의 본말전도 법기술이 놀라울 뿐이다.

그리고 다시 이번에는 경찰에 의해 본말전도 사건이 발생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은 '김만배-신학림'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방심위에서 심의(벌)하도록 하기위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이른바 '셀프 민원'을 넣도록 사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경찰은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보다, 내부자의 '민원인 정보 유출 의혹'에 대한 강제수사를 먼저 진행한다고 한다. 경찰은 15일 '민원인 정보 유출'을 이유로 방심위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르켰더니, 달은 안 보고 손가락만 보는 꼴이다.

류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민원 사주'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에 민원인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방심위 사무처 직원 등 성명불상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류 위원장의 가족 등 지인을 통한 민원 사주 의혹을 수사하라고 고발했더니, 역으로 그 민원 사주 의혹을 어떻게 알았느냐며 자신의 의혹을 까발린 내부고발자를 찾아내야 한다고 소리지르는 적반하장이라니.

이런 모습은 한 두번 보아온 게 아니다.

최근 '바이든-날리면' 판결에서도 마찬가지고,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에서도 국민들은 본말이 전도된 반응들을 지켜봐 왔다.

최근 1심 재판의 판결문을 보면 '날리면이라고 분명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정정보도는 해야한다'는 논리다. 도대체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왔는지도 규명하지 않고 '바이든'이라고 보도한 내용을 정정하라니, 어떻게 정정해야 할까 난감할 뿐이다.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건도 마찬가지로 불법 수수 사건이라는 본질에 대한 해명 대신 '함정취재'니, '몰카 공작'이니 하는 말로 가림막 치기에 바빠 보인다. 그리고 사건이 터지자 김 여사는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검찰과 경찰의 반복된 본말전도 수사에 국민들은 답답함을 넘어 국가 사법시스템의 불공정한 운영에 좌절감을 맛보는 중이다.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징계의결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고의성 짙은) 패소와 이어진 상고 포기에서, 그리고 '바이든-날리면 사건'의 판결 결과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대응 방식은 어쩌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역전 현상이다.

처음엔 8대2나 7대3정도의 국민 여론이 우세한 사안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다가 물타기를 하고, 이내 재판(또는 수사) 과정이나 해명 과정을 통해 본질을 호도하다가, 국민 다수의 여론이나 생각과 다른 결론으로 사안을 뒤바꾸는 방식이 정부 메뉴얼처럼 느껴질 정도다.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대응'도 비슷한 과정이 반복됐다.

정부와 대통령실, 검찰과 경찰들이 보여주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수사와 이상한 대응 뿐 아니라, 공정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이 보여주고 있는 이상한 재판들이 쌓여가고 있다.

사회적 자본인 '신뢰' 고갈 사회로 이행하는 이런 본말전도 현상이 우려스러운 것은 신뢰의 고갈이 결국은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미래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신뢰(사회적 자본)는 잃기는 쉬워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한편 방심위 직원 149명은 지난 12일 '실명'으로 가족과 지인 등을 동원해 '민원을 사주한 의혹'을 받고 있는 류희림 위원장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행위'로 국민권익위에 신고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의 조사 진행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반면 류희림 위원장이 이끄는 방심위는 최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옥시찬·김유진 방심위원에 대한 해촉 결의안을 의결했는데, 두 위원이 '류 위원장이 저지른 민원 사주를 비판하고 관련 안건을 공개했다'는 이유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형적인 본말전도다.

순자의 왕제편에는 '임금은 배, 백성은 물(君舟民水)'이라는 말이 나온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

본말이 전도된 국정 운영에 백성의 시름이 깊어간다. 최근 김건희 여사의 특검에 대한 거부권 역시 가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것 뿐 아니다. 이념논쟁을 불러왔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부터, 독도를 분쟁지역이라는 군 교재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불거지면 명확한 해명보다는 시간끌기로, 이어 슬그머니 쟁점을 흐린 다음 유야무야 되는 사례가 쌓여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국정 운영 시스템은 언제쯤 본말이 회복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