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소송 낸 외교부가 진실 여부 과학적 입증해야"
전문가 "사실 여부 확인 전에 내린 판결 자체가 모호"
정정보도 청구소송, 청구자가 허위보도 입증책임 원칙
◆…MBC 사진=연합뉴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법원이 문화방송(MBC)에 정정 보도를 하라고 12일 선고했다. MBC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즉시 항소했다.
MBC는 12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은 '국가의 피해자 적격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표현의 자유와 언론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례, '공권력 행사자인 국가나 지자체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과 배치된다"고 밝혔다.
MBC뉴스에 따르면 MBC 측은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실제 무엇이라고 발언했는지 소송을 낸 외교부가 보도 내용에 대해 진실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할 책임이 있는데도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만 거듭 인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MBC는 "과거 2011년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당시 대법원이 근거로 제시한 '과학적 사실에 관한 입증 책임'의 법리를 이번 사건에 적용해 사실상 '비속어 발언'의 과학적 입증 책임을 언론에게 지웠다"면서 "법리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끝내 윤 대통령의 실제 발언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MBC가 보도한 '바이든'이란 말은 허위여서 정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면서 "증거주의 재판이 아니라 판사의 주장일 뿐인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원칙적으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는 언론의 보도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청구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도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넘겨 '해당 보도는 허위'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무리한 법 해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현직 부장판사는 MBC에 "허위사실인지 여부를 따지려면 사실이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야 하는데, 사실이 뭔지 모르면서 정정보도하라는 판결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커뮤니케이션콘텐츠 교수도 "사실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정을 하라는 것은 그 판결 자체가 모호하다"고 짚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발언했는지 여부가 기술적 분석에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허위 보도로 판단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외교부가 명백한 증거를 통해 사실이 무엇인지 증명하지 못한 이상 정정보도가 아닌 외교부의 '해명'을 반론 보도 형식으로 지시하는 것이 훨씬 더 타당하다"고 논평했다.
앞서 MBC는 2022년 9월 미국 순방길에 오른 윤 대통령이 한 국제회의장을 나서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00O OOO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안 해주면 바이든은'이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대통령실은 음성분석 결과 '안 해주고 날리면은'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발언에 대한 진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외교부는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고 이날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는 MBC에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