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아닌 수용이 현명한 선택"
"이례적인 거부권 행사 시사…조건반사처럼 거부권 만지작"
與 "독소조항' 담겨…'운동권 일자리 특별법'으로 변질될 것"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표결하고 있다. 여당은 표결 전 퇴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주도로 전날(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법안의 정부 이송 즉시 거부권이 아닌 수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며 법안 수용을 촉구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담긴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특별법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정부의 무리한 수정안 요구로 끝내 협상은 결렬됐다"며 "여당이 퇴장한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국회법 절차에 따라서 처리됐는데,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여당은 규탄 성명을 냈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유가족의 아픔을 헤아려서, 그리고 진상 규명을 해야 된다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서 정부여당이 보다 전향적으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처리에 협조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실질적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국가적 책무이자 국회의 의무"라며 "정부는 국민을 위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특별법 처리 절차를 문제 삼아 유감을 표하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며 "8번의 의회 결정 무시라는 전례 없는 거부권 행사도 모자라, 이제는 조건반사처럼 거부권 행사를 만지작거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기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윤 워내대변인은 "이번에도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거부한다면, 국민께서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스스로의 약속을 기억한다면,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을 즉각 수용하여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전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야당 단독 표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여야는 그간 특별법 협상을 진행해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에 일부 공감대를 이뤘지만, 위원 구성 등 세부 사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은 막판 결렬됐다. 이에 민주당은 자당 발의안에 김진표 의장의 중재안을 일부 반영한 수정안을 제출해 표결에 부쳤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내고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없이 또 다시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특별법 강행 처리에 대해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참사를 총선 기간 내내 재탕·삼탕 우려먹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태원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이 아니라, 민주당이 총선을 겨냥한 '이태원 참사 활용법'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태원 참사 이후 500여명에 달하는 수사 인력이 투입됐고, 현재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국회도 55일간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민주당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까지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 청구를 기각했고, 167일간 장관 공백 사태만 초래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이태원 참사의 진상"이라고 했다.
이어 법안에는 헌법 가치를 침해하는 '독소조항'들이 담겨 있다며 "피해자 권리구제가 목적이라면서도 금전적 지원은 대강의 내용조차 규정하지 않고,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 또 '이태원참사로 인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어 회복이 필요한 사람'을 모두 '피해자'라고 규정하여 진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구제는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태원 특조위는 압수수색, 동행명령, 출국금지, 고발권 등을 갖고 있고, 수사∙재판 기록도 열람할 수 있으며, 불기소 처분되거나 수사 중지된 사건의 기록까지 열람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특조위는 위원 11명 중 7명을 야당과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추천한다"며 "결국 편파적인 운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더해 "세월호 참사 후 특조위, 사참위 등에서 8년간 9차례 진상조사를 했지만 새로운 진상을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무려 700여억 원이 인건비 등으로 지출됐다"며 "이태원 특별법은 최장 1년 6개월간 운동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운동권 일자리 특별법'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위한다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재발 방지 조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