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심화…한은 “인력수급정책, 직종에 초점 필요”

한은, ‘BOK 이슈노트: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 발표

구직 대비 구인배율, 16개 지역 중 15개 상승…미스매치, 12개 지역에서 확대

제조 현장직 기피, 고령화 따른 돌봄서비스 수요 확대 등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

“직종 측면 정책은 중앙부처, 지역 고유 정책은 지자체서 주관하는 하이브리드 정책이 효율적”

2019년 3분기 대비 2023년 3분기 중 대부분 지역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수급 관련 정책은 지역보다 직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역 고용상황은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구인증가율이 구직증가율을 적지 않게 상회하고 있는 현상을 볼 때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보고서는 노동시장 tightness(구직 대비 구인배율)와 미스매치 지수를 이용해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을 살펴본 후 팬데믹 이후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이 달라진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분석 결과 실제로 2019년 3분기 대비 2023년 3분기 중 대부분 지역에서 인력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tightness는 16개 지역(세종 제외) 중 15개 지역에서 상승했으며 미스매치는 12개 지역에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 심화는 팬데믹에 따른 영향도 일부 있지만 제조 현장직 기피, 고령화에 따른 돌봄서비스 수요 확대 등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돼 온 구조적 요인에 주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제조 현장직을 보면 연령별로는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40대에서도 구직자가 감소해 수급 상황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세부 직종별로는 화학(플라스틱 제조 등), 금속(용접, 주조 등) 등 고위험·고강도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직종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tightness가 크게 상승해 수급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서비스의 경우 구인과 구직이 모두 증가하고 있지만 구인이 더 크게 증가해 구직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의 영향 정도는 지역에 따라 차별화돼 나타났다. 제조 현장직과 돌봄서비스의 영향은 지역 내 제조업 비중이 높을수록 고령화 속도가 빠른 지역일수록 대체로 크게 나타났다.

한은은 특히 지역 간 노동시장 tightness 차이의 상당 부분이 지역 내 화학, 금속, 단순제조 직종 비중(구인 기준) 차이에 의해 설명 가능해 제조 현장직에서의 인력수급 불균형이 지역 노동시장 tightness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지역 노동시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었다는 결과는 한국은행 지역본부에서 수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한은은 상당수 업체들이 2019년 대비 2023년에 채용 정원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업체 비중이 2019년 12.0%에서 2023년 15.3%로 증가해 구인증가가 인력수급 불균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생산·현장·특수기능직의 경우 상당수 업체에서 채용경쟁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제조 현장직 기피 현상이 인력수급 불균형 심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앞의 분석 결과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송상윤 한은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지역 노동시장 상황이 직종 측면의 구조적 문제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인력수급 관련 정책은 지역보다 직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다만 직종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개별 지역의 고유 특성이 정책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직종 측면 정책은 중앙부처에서, 지역 고유의 정책은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하이브리드 정책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 현장직 중 자동화가 어려운 필수 직종(화학, 금속 등)의 경우 핵심 기술이 다음 세대로 잘 이전될 수 있도록 정책적·자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제조업 중 숙련도가 높지 않고 반복업무의 성격이 강한 제조단순직의 경우 자동화를 정책적으로 장려·추진해 인력부족이 생산차질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돌봄서비스의 경우 우리나라 고령화 추세에 비추어 볼 때 인력수급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외국인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