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이재명, 변화 의지만 확인하면 언제든 만날 것…통합비대위로 가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가꾸어 주신 민주당이 망가져버렸다.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직무유기"라며 민주당의 변화가 없다면 탈당해 창당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통합비대위) 체제 전환에 공감한다며 연말까지 지도부 사퇴시 이재명 대표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21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라는 간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 가치, 품격 이것을 누군가 어디선가는 지켜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당내 문화가 이렇게 획일문화로 된 적이 없다. 당시 제왕적 총재라고 했지만 그러나 1인 정당은 아니었다. 지금은 달라져 있지 않나"라며 "민주당 당원을 오래 했던 사람들은 우리가 알던 민주당이 없다, 아니다, 이렇게들 말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 117명이 '이낙연 신당 창당 반대' 연서명에 나서는 등 내부 반대에 대해 "분열이 아니라 민주세력의 확장"이라며 "민주당이 얻지 못하는 중도·무당층의 표를 가져다가 나중에 윤석열 정부의 심판 견제에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그럼 세력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이어 '연말까지 어떤 변화나 결단이 탈당을 막는 방법인가' 묻자 "(원칙과 상식) 통합 비대위 아이디어의 충정에 공감한다"며 "비대위라는 것은 지도부를 바꾸는 '대표직 사퇴'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연말까지 비대위가 구성되면 탈당, 신당을 고려한다는 뜻인지 재차 묻자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의원 수도 지금보다 더 많았지만 결과는 참패혔다. 그 이유는 중도 또는 무당층 표를 끌어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왜 실패했겠나. 여러분이 다 아실 것"이라며 "그 상태로 가자는 것인데 그때보다 지금 중도·무당층의 민주당에 대한 생각은 더욱 나빠졌다. 그런 모델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날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의 회동에 대해 "(김 전 총리의) 절박한 생각을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그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시간을 주겠다는 말은 유효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듭 말씀드리지만 변화의 의지가 확인된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며 "그런데 어제 김부겸·이재명 회동을 보면 기대를 갖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친윤(친윤석열계) 불출마 등 인적 쇄신에 나서나 민주당은 움직임이 없다는 일각의 분석에 "침묵의 단합이다. 웬만한 문제가 있어도 아무 소리 않고 따라가는 그런 죽음의 단합 같은 성격이 너무 강해서 오히려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가장 바꿔야 하는 부분은 특히 '도덕성 마비'를 꼽으며 "엊그제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자료를 보니 민주당 의원 중 전과자가 68명으로, 국민의힘의 한 3배가 넘는다"며 "거의 매일처럼 법적 문제가 나와도 뭉개고 지나가는 게 일상화가 됐다. 국민들이 질린 것"이라고 했다.

당내 혁신계를 표방하는 '원칙과 상식'의 통합 비대위가 도덕성 회복의 해결책이 될 수 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봉투 의혹으로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됐는데 당의 공식입장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 전당대회 때 벌어진 일이고, 최소한 20명의 의원들이 연루의 의혹을 받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탈당했다는 이유로 '남의 일이다'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참 뻔뻔하다' 생각하게 한다. 사과하고, 연루 의원들에 대해 뭔가 얘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