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2023 MOEF-BOK-FSC-IMF 국제컨퍼런스’ 연설·패널토론 참석
“규제 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 불안정, CBDC 도입 중요한 과제”
“2단계 CBDC 파일럿, 범용 CBDC 대신 기관용 CBDC 중심으로 진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2023 MOEF-BOK-FSC-IMF 국제컨퍼런스'의 둘째 날인 15일 오전 한국의 CBDC 연구‧개발 현황, 의의 및 과제 등에 대해 연설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2021년부터 2년간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범용(retail) CBDC 모의시스템을 구현하고 이를 금융기관의 테스트 시스템과 연계하는 실험까지 실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USDT, USDC 등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CBDC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면서 "규제를 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은 그 이름과는 달리 가치 측면 등에서 불안정하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으며 나아가 화폐 발행 주조차익과 통화정책 수행 방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최근 PayPal에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인 PYUSD는 미국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스테이블코인이 VISA나 Mastercard처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에 의해 발행된다면 국가간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CBDC 도입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성을 지닌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고 부연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금 토큰을 활용한 실거래 테스트도 예정하고 있다"면서 "예금 토큰과 연계하여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금번 파일럿의 의의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기관용 CBDC를 통해서 화폐에 프로그래밍 기능을 부여해보고 프로그래밍 기능이 가져올 수 있는 장점과 문제점들을 테스트할 것"이라며 "범용 CBDC를 발행하게 되면 예금이 CBDC로 이동하면서 은행의 금융 중개 및 신용 창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파일럿을 진행하는 이유는 CBDC 도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은행의 탈중개화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디지털 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기술 혁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그대로 누리면서도 이 과정에서 규제를 받지 않는 투기적 성격의 가상자산이나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양산될 수 있는 부작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면서 "기관용 CBDC 기반의 예금 토큰 등은 이에 대한 대안 또는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파일럿은 향후 예금 토큰 등과 같은 새로운 지급결제 인프라가 국가 간에 연계될 때를 대비한다는 면도 있다"며 "현재 각국 중앙은행들 간에는 국가간 지급에 CBDC를 활용하여 거래비용을 낮추자는 논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이번 경험이 향후 글로벌 논의가 진행될 경우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경제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미래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중앙은행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민간과 같이 경쟁하면서 기술적·제도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이러한 변화과정을 좀 더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CBDC 파일럿은 이러한 노력의 시작이다"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 총재는 Serey Chea 캄보디아중앙은행 총재, Eddie Yue 홍콩통화청장, Veerathai Santiprabhob 태국중앙은행 前총재와 함께 디지털 경제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주제로 한 최고위급 패널토론에도 참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