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의 칼끝은 김건희로 가고 있다"…'특별감찰관 임명' 요구 잇따라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간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보수언론이 윤석열 정권, 특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아일보'의 이기홍 대기자는 지난 8일 '이 나라 보수는 '김건희 리스크'를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인터넷 방송 '서울의소리'의 비도덕적 함정 취재에 대한 비판과 김 여사의 행동에 대한 비판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급직 공무원의 배우자라 해도 그런 선물은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누구나 유혹은 느끼기 마련이지만, 최소한의 위험 감지 능력이 생존 본능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김 여사는 하루빨리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며 "그리고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 등 사가(私家)로 거처를 옮겨 근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부부는 사적인 영역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배우자는 공인이다. 더구나 '김건희 리스크'는 '총선'과 '나라의 진로'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며 "이번 사건은 특검을 앞세운 야당 공세에 휘발유를 뿌린 격이 될 것이다. 공천 개입설, 인사 개입설 등 믿거나 말거나 의혹을 계속 기름 붓듯 쏟아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김 여사는 의혹의 소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위치를 자처하고,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조속히 임명해 확고한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며 "특검 공세에 대응할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명품백 파문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13일자 사설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에 뚜렷한 변화가 있다고 민심이 느낄 때에만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며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대통령실 참모진부터 일신하고, 정부 고위직 인사 기조 역시 바꿔야 한다", "야당이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만큼, 특별감찰관을 임명해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감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의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도 이날 칼럼에서 "지금이라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노 전문위원은 "총선을 앞두고 특별감찰관 임명이라니 생뚱맞은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자. 앞서 말했듯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탓하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재명 사법 리스크 자체를 없앨 수는 없으니 김건희 리스크를 더 크게 부각시킴으로써, 정치의 한심한 꼴에 넌더리를 내며 중도층이 이탈하면 집토끼 숫자가 큰 민주당이 이득을 본다는 계산"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 나서서 본인의 주변 정리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민주당의 필승 전략은 순식간에 무의미해진다"고 봤다.

그 이유에 대해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민주당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이재명 대표의 신속 재판과 사법 처리를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저앉은 대통령 지지율은 일어설 기미가 없다. 원래 인기 없을 수밖에 없는 일을 뚝심 있게 추진해서가 아니다. 윤석열이라는 인물 그 자체를 향한 회의적 시선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대통령 본인이 '수신'과 '제가'를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한데, '치국'과 '평천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일 양상훈 주필의 '대통령 부인이 가진 것과 없는 것'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양 주필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김 여사가 몰래카메라에 넘어간 과정을 보면 대통령 부인이라는 짐의 무게를 어느 정도로 느끼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며 "걱정이 많은 사람은 말과 행동, 판단, 결정, 심지어 옷차림새까지 조심한다.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민주당이 특검을 밀어붙이는 것은 지금 김 여사를 특검하면 그 자체로 다수 국민 여론이 호응할 것이라고 계산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김 여사는 이런 분위기가 초래된 것에 자신의 책임이 전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통령 부인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입고 싶은 것을 입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누리고 싶은 것을 누리고, 누구에게 주고 싶은 것을 줄 '자유'가 없다"며 "그런데 지금 자유는 있고, 책임은 없는 것은 아닌지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이사는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건희 유배설 가시화…윤석열의 결정은?'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통해 "결국 조중동이 도저히 윤석열 대통령에 맡겨놨다가는 조중동과 보수가 다 죽어 나가겠다고 보고, 칼을 빼들어서 들어갔다고 분석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변 대표는 "단순히 장제원, 김기현 이 정도 문제가 아니라 조중동의 칼끝은 김건희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기홍 대기자의 칼럼 내용 중 김 여사가 사가로 거처를 옮겨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이른바 조선시대 때 폐비를 하면 궁궐에서 떠나게 되는 그런 것을 요구해서 굉장히 이슈가 커졌다"고 짚었다.

이어 "대통령이라 해도 부부는 사적 영역인데 영부인이 너무 많은 사고를 쳐서 총선 때 참패를 하게 될 것 같으니까 김건희를 유배시키자는 얘기"라며 "조중동이 김건희를 치러가면서 분위기를 살벌하게 잡아가니까, 결국 윤핵관들도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하나하나씩 물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게 어디 있겠나.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 조건"이라며 백의종군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모든 일정을 취소한 김기현 대표도 총선 불출마 및 대표직 사퇴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김 대표의 불출마는 기정사실이라며 이번주 내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과 50억 클럽 특검을 묶은 '쌍특검법'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에선 정쟁용 특검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건희 리스크'가 내년 총선의 최대 이슈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