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검찰이 나를 옭아매려 기획수사…묵비권 행사" 與 "셀프 치외법권"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정점에 있는 송영길 전 대표가 8일 검찰에 출석하며 "검찰이 계속 나를 얽어매려고 기획수사를 하는데, 내가 가서 말할 이유와 필요성이 없는 것"이라며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미리 준비해온 장문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은 정치적 기획 수사를 해오고 있다"며 "돈봉투 관련 저에 대한 증거 조작이 제대로 안 되니, 주변 사람 100여 명을 압수수색 소환하여 별건 수사에 올인하고 있다. 증거 조작, 별권 수사, 온갖 협박 행위로 불법을 일삼는 일부 정치화된 특수부 검사와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의 주도권을 검사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며 "검사의 일방적인 피의자 신문조서로 사법 판단을 좌우하는 시대를 끝내야 한다. 판사 앞에서 변호사의 탄핵을 거쳐 검증된 증거로 유무죄가 판단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과 일부 특수부 검사들의 행태는 더 이상 공익의 대표자로 볼 수가 없게 됐다"고 맹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검사의 객관 의무를 포기했다"며 "따라서 검사 앞에 가서 아무리 억울한 점을 해명해 보아도 그 실효성이 없다. 판사 앞에 가서 하겠다. 검찰이 100여 개의 압수수색으로 꾸며낸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했다.

송 전 대표는 "검사가 내 말을 듣지 않고 오히려 계속 나를 얽어매려고 기획수사를 하는데, 내가 가서 말할 이유가 필요성이 없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진술 거부권은 헌법이 저희들에게 부여한 권리다. 이 헌법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데 헌법을 지키겠다는데 그게 비난받을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로 인기를 끌어 정권을 잡은 '윤석열 검찰 하나회'"라며 "권력을 잡으니 하이에나처럼 살아있는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죽은 고기를 찾아다닌다. 수사가 아니라 야당과 비판 언론에 대한 표적수사, 인간사냥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이 입만 열면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검찰이 갑자기 대통령 가족 로펌 변호사로 탈바꿈되어, 증거를 인멸하고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고 은폐하고 축소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특수부 검찰이 고려 무신정권 사노비처럼 대통령 일가의 비리를 방어하는 경호부대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야당 인사나 국민들이 집권 세력을 고소·고발하면 고발인 조사나 사건 배당을 하지 않는다며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등 권력자들에 대한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는 바로 언론기관, 기자 등에 대해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공권력이 아니라 사적인 폭력, 청부용역폭력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한 '검사가 수사권을 가지고 정치 보복하면, 검사가 아니라 깡패'라고 말한 그대로"라고 윤 대통령 발언을 차용해 비난했다.

또 자신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를 겨냥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과 코바나 콘텐츠 전시기획, 협찬 의혹 등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동일한 부서"라며 "수많은 의혹에 쌓인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 컨텐츠를 소환 조사도 안 하고 서면조사 두 번으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대표가 1심 유죄 판결로 실형을 받고 항소심 진행 중인데도, 김건희 여사는 소환조사는 커녕 서면조사도 안 하고 있다"며 "저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수사 10%만 하더라도 김건욱 여사의 혐의는 밝혀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의 명백한 명품 수수 혐의에 대해 즉각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인허가 로비 대가로 뇌물을 받았단 의혹에 대해 "검찰은 혐의를 가지고 수사할 수 있겠지만, 증거가 발견되면 그걸 가지고 기소하면 되지 않나"라며 "일관되게 말씀드린 것처럼 그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고, 제가 돈 4천만 원의 저의 직무적 양심을 팔아먹을 정도로 정치 활동을 해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송 전 대표가 이날 묵비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셀프 치외법권자'임을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송 전 대표는 그간 법 위에 서 있는 사람처럼 검찰에 자진 출두를 일삼으며 '나는 당당하다. 빨리 수사해라'를 외쳤다"며 "하지만 막상 증거가 쏟아지니, 이제는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후안무치를 보이며, '조작 수사, 검찰 탄압'을 외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 앞에 백만 번 고개를 숙여도 부끄러울 범죄 혐의와 쏟아지는 증거 앞에서도 검찰 탄압을 외치며 뻔뻔하게 정쟁으로 몰고 가는 행태"라며 "'나는 범죄를 저질러도 일반 국민처럼 법의 심판대에 설 수 없다'는 정치권력의 추악한 오만함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돈봉투 살포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조달 의혹에 대해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송 전 대표의 당선을 위해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박용수 전 보좌관 등 캠프 사람들이 돈봉투를 살포하는 과정에 캠프 총책임자였던 송 전 대표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8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이 운영하는 기업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3억500만원을,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 계좌를 통해 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중 4천만원이 송 전 대표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소각처리시설 신·증설 추진과 관련한 인허가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조사 후 혐의에 대한 송 전 대표 입장, 조사 태도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