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 낮아…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할 것"

한화투자證 "긴축 정도 강화 필요성 감소…정책 강도 유지 중요"

NH투자證 "한은, 기존 스탠스 반복할 것…물가 상방리스크 경감"

KB證 "한은, 매파적 스탠스 보일 것…인하 실마리 제시 안 할 듯"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가계부채, 대외 환경 모두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26일 증권가 전문가들은 한은이 11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고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파적인 입장(스탠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해소되면서 국제유가가 반락하기는 했지만 사우디의 감산 등 여전히 유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3%대로 재차 높아지면서 물가우려가 상승한 점을 주목했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30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기준금리(3.50%) 동결 전망을 유지한다"며 "긴축의 정도가 더 강화될 필요성은 감소했고 정책 강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금통위원들의 3개월 기준금리 전망(1명 3.50%, 1명 선제적 인상(3.75%), 4명 인상 가능성(3.75%))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도 "금통위에서는 헤드라인 물가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방리스크를 지목해왔다. 11월 중 국제유가 및 달러/원 환율이 크게 하락하며 물가 상방리스크가 경감했다"며 "시장 일각에서 제기하는 인상 소수의견 출현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11월 금통위 만장일치 동결 및 데이터를 확인하겠다는 기존 스탠스를 반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한은은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며 이전과 마찬가지로 매파적 스탠스를 보일 것"이라며 "한은 통화정책의 목표는 성장률 관리가 아닌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인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는 높은 만큼 한은은 이전과 마찬가기로 인하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임 연구원은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예상보다 빠르게 3%대로 재차 높아졌다"며 "보통 10월은 추석 이후 식료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물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시점이 불분명한 점도 긴축을 유지해야 하는 요인이라고 꼽았다.

김 연구원은 "물가, 가계부채, 대외 환경 모두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라며 "물가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지만 둔화 속도가 느린 편이며 가계부채 문제는 개선까지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도 사실상 종료됐다. 한은이 움직일 이유를 딱히 찾기가 어렵다"며 "2024년 상반기까지는 현 수준 기준금리가 유지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강 연구원은 "연준의 인상 사이클 종료는 분명하다. 이제 핵심은 인하 시점인데 연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가이던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가계 대출금리가 고점 이후 반락하고 주택가격도 바닥을 확인했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가계대출은 증가했다"며 "지난 10월에는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도 2021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한은의 가계부채 우려는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생각하고 있는 한국의 적정 실질 기준금리는 0.5%로 추정된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5%인 가운데 한은 총재는 2%대의 물가를 확인해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한은 총재는 높은 가계부채가 중립금리 상향 조정 요인이라고 언급했던 사례도 있는 만큼 첫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한은은 가계부채를 우려해 실질 기준금리가 0.5%보다 확대돼도 용인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김성수 연구원은 "주요 전망치는 2023년 경제 성장률(1.4%), 물가 상승률(3.5%) 모두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동 발 에너지 가격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고 경기 개선세가 유지 중이기 때문"이라며 "2024년 전망치의 경우 경제(2.2%)는 유지, 물가(2.3%, -0.1%p)는 소비 둔화를 고려해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강승원 연구원은 "금번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잠재 성장률 재추계 결과가 발표된다"며 "한은 총재도 이미 언급한 바 잠재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재균 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 물가상승률은 3.3~3.4% 내외, 연간으로 3.6~3.7%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 8월 수정 전망 이후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2.4%로 전망(상반기 2.5%, 하반기 2.3%)하고 있는 2024년 물가상승률 역시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경기는 올해 상반기 바닥이후 반등하고 있지만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의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기존 2.2%에서 소폭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