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수익 2.5조원... 전년比 38%↓
지방사업장 부동산PF 침체 장기화 우려
증권사, 내년에도 실적 저조할 전망
올해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증권사의 PF채무보증 실적이 감소하며 투자은행(IB) 수익이 급감했다.
2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4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적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2조5158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36억원) 대비 38% 감소했다.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인수주선 수수료와 매수합병 수수료, 채무보증 수수료를 더해서 계산했다. 채무보증 수수료는 IB 수익을 구성하는 부문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증권사가 부동산PF 관련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채무보증 수수료에 해당한다.
PF사업은 자금을 조달할 때 PF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여 이를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법을 쓴다. 이때 증권사는 매입확약, 매입약정 등의 방식으로 유동화증권의 신용을 보강하며 부동산PF 채무보증을 서는 댓가로 채무보증 수수료를 수취한다.
증권사는 이외에도 IPO(기업공개)와 회사채 발행에 참여해 인수주선 수수료를 벌어들이고, M&A(인수합병)를 주관하며 매수합병 수수료 수익을 올린다.
한국투자증권은 IB부문 수수료로 3150억원을 수취해 유일하게 3000억원대 수익을 기록하며 선두를 지켰다. 매수합병 수수료는 증권사 중 가장 많은 1460억원이었다. 부동산PF 실적으로는 3분기 중 △경기도 용인에 공동주택을 개발하는 '실버라이닝제이차1(700억원)' △ 광주 북구 본촌동에 공동주택을 개발하는 '아이언피에프본촌(500억원)' 등에 대해 채무보증을 진행했다.
메리츠증권은 2869억원을 벌어들이며 2위를 유지했다. 채무보증 수수료는 증권사 중 가장 많은 1997억원으로 작년(1580억원)보다 26% 증가했다. 회사는 티아이부산피에프브이가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복합시설을 짓기 위해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에 2000억원 신용보강을 제공했다. 또한 서울 이태원 유엔사부지를 복합개발하는 '용산프로젝트제일차18,19(1500억원)', 대구 달서구에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는 '마인드스탠스(1400억원)' 등에 보증을 섰다.
NH투자증권은 2089억원의 수익을 거두며 3위로 올라섰다. 채무보증 수수료는 1534억원으로 인수주선 수수료(419억원)와 매수합병 수수료(136억원)에 비해 규모가 크며 총 IB수익에서 7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 부동산 PF와 관련 경기 남양주 도곡 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765억원의 채무보증을 진행하고, 강남구 논현동에 공동주택을 개발하는 '프리마논현찰리(125억원)' 등에 신용을 보강했다.
KB증권은 인수주선 부문에서 가장 많은 104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체 IB 수익은 1900억원을 기록하며 4위를 형성했다. 매수합병 수수료는 698억원, 채무보증 수수료는 161억원이었다.
삼성증권(1732억원), 하나증권(1359억원), 신한투자증권(982억원), 미래에셋증권(864억원), SK증권(752억원), 대신증권(738억원)은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SK증권은 수익이 작년보다 6.4% 증가하며 순위가 21위에서 9위로 올랐다.
올 들어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PF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과 부동산114,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10월 누적 전국 분양물량은 15만9000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28만8000호) 보다 45% 줄어들었다. 이에 PF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사의 PF 신규 딜이 줄어들어 유동화증권 채무보증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증권사의 11월 유동화증권 신용보강금액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조8000억원) 대비 60% 이상 줄었다. 유동화증권 신용보강금액은 PF대출채권을 기반으로 한 PF유동화증권에 대한 신용보강금액을 포함하며 증권사의 부동산PF 채무보증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다. 최근 2년간 추이를 보면 작년 하반기부터 급감한 이후 지난 2021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단위 : 조원). [자료=예탁결제원]
특히 증권사는 지방사업장 부동산PF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지방사업장 침체 장기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지난 22일 무디스와 한신평이 공동으로 주최한 '2024 한국 신용전망' 미디어 브리핑에서 "증권사가 보유한 지방사업장 부동산PF 비중은 대형사 47.4%, 중소형사 44.0%였다"며 "증권사가 지방사업장 PF에 대거 참여한 영향도 있지만, 지방사업장에서의 회수 지연으로 인해 만기연장이 계속되며 비중이 상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올해 투자은행(IB) 부문 성장 둔화로 인해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실적 감소세를 보였던 증권사들은 내년에도 당분간 저조한 실적이 지속될 것"이라며 "대형사는 내년 해외부동산 만기도래로 인한 차환 리스크(Refinancing Risk)에 노출되어 있고 중소형사는 브릿지론 만기연장 실패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있다"고 밝혔다.
조세일보는 12월 결산법인 54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지난 3분기 별도재무제표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분류했다. <시리즈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