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영국 방문하면서 굳이 중국 공격을?”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무산되면서 현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영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공개된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서면 인터뷰가 굉장히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21일 오후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영국 텔레그래프지와의 서면 인터뷰에 대해 "서면 인터뷰인 만큼 연설비서관, 외교·안보라인이 모두 봤을 텐데 굉장히 허술하다"며 "영국을 방문하는데 왜 중국을 공격하나"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보도된 영국 텔레그래프지 인터뷰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중국이 러시아·북한에 동조하는 것은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중국해를 포함한 역내의 규칙 기반 해양질서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의 해당 인터뷰로 중국 당국이 발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교의 '외'자만 아는 사람도 (윤 대통령의) 해당 워딩이 중국 공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굳이 영국을 방문하면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의도된 것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계속해서 윤 대통령의 해당 인터뷰가 의도된 것이 아니면 무능한 인터뷰였다고 직격했다. 그는 "(APEC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이벤트"라며 "일단 각국 정상들이 만나면 주고받는 게 있다. 특히 중국 시 주석이 미국으로 간다는 사실 자체는 대만 문제에 대해 원하는 답을 얻었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시점으로 보여지는데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이 이것을 언급해 얻을 게 무엇이 있을까"라며 "국익과 상관없는 어떤 이유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닐지, 의심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중국과 경제·군사적인 대치를 끌고가는 이유는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일부를 위한 국내용 진영정치라고 본다"며 "그냥 인터뷰였다면 실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서면 인터뷰였던 만큼 용산에서 뭔가를 의도한 인터뷰"라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대통령실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 무산 이후 내놓은 해명에 대해서도 직격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데 대해서 "최근 대통령이 리 창 중국 총리를 만났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서 대화를 했기 때문에 긴박한 현안들은 어느 정도 해소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러시아와 북한이 접촉해 북한 핵무기를 고도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중국이 희토류 등 광물 제재를 시작하면서 우리나라 약점이 노출된 문제도 있는 등 수많은 현안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 문화콘텐츠가 세계적이지 않나. 이걸 중국에서 팔게 되면 엄청난 시장이 열린다"며 "이걸 못 파는 이유는 콘텐츠 질 때문이 아니라 양 국가 간 불협화음 때문이다. 이 문제만 해결해도 한국이 훨씬 무역흑자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일 안타깝게 생각하는 분들이 한·중 간 교역 관계자들일 것"이라며 "이들은 한국 정부가 '한·중 간 현안이 없다'는 이야기에 분통 터졌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