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외국인 순매도 촉발 여부 불분명"...[NH투자證]

"공매도 금지 기간 1년 이하로 짧아 투자자 숏포지션 청산하지 않아"

"외국인 수급, 공매도 금지보다 악재 완화 여부와 연동돼 움직여"

"과거 공매도 규제 시 개인 매매 비중 높아지며 코스피 밸류에이션 상승"

외국인 지분율은 공매도 금지 여부보다는 주식시장 하락이 마무리됐는지 여부와 더 관련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거래규모 축소에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비중을 줄인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 김영환 연구원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금지가 해당 기간 외국인의 거래규모를 줄이는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외국인 자금이 이러한 규제 때문에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비중을 줄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순매도를 촉발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대외악재가 완화되면 외국인 순매수는 재개됐다"며 "외국인 수급은 공매도 금지보다는 악재 완화 여부와 연동돼 움직인 부분이 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표한 이후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공매도 잔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공매도 거래는 전산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거래소에서 집계하는 공매도 잔고수 또는 금융투자협회에서 집계하는 대차거래 잔고수를 통해 남은 공매도 거래 잔량을 추정할 수 있다.

공매도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차입해 매도한 거래(신용대주매도 잔고) ▲개인이나 법인으로부터 차입해 매도한 거래 ▲장외에서 주식을 빌려서 장내에서 매도한 거래 수량의 총합계다.

개별 종목의 공매도 잔고 평가액이 1억원 미만(또는 0.01% 미만)인 경우에는 공매도 보고의무가 면제된다. 차입한 주식을 장외에서 매각하는 경우 공매도 잔고에 미포함된다.

코스피 공매도 잔고 비율은 지난 6일 이후 0.04%포인트(p) 하락한 0.37%로, 2021년 이후 평균인 0.42%를 하회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의 경우 2차전지 주가의 급등으로 공매도 잔고가 많다. 코스닥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공매도 금지 이후 0.02%p 하락한 0.31%로 2021년 이후 평균 수준이다.

김 연구원은 "공매도 잔고의 경우 금액이 작으면 보고가 면제되고 장외거래는 공매도 잔고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대차거래 잔고수가 감소하는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며 "공매도 금지 발표 2일 후인 11월 8일부터 대차잔고 상환 주식수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상환된 대차거래 주식수는 1억2000만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매도 금지 이전 1개월 일평균 상환주식수가 3000만주였음을 감안할 때 공매도 금지 이후 대차거래 상환 주식수가 급격하게 증가했다"면서 "대규모 대차거래 주식수가 상환되면서 대차거래 잔고는 줄어들고 있지만 대차거래 잔고의 전 저점인 2021년 4월의 12억주 대비 여전히 공매도 잔량은 남아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공매도 잔량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나 과거 공매도 잔고의 저점 수준보다는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 업종의 경우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공매도 잔고 비율이 감소하고 있으나 연초 대비 공매도 잔고 비율은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2차전지 업종의 대표적인 종목인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 비율은 6.6%로 연초 1%를 하회했던 점을 고려할 시 여전히 공매도 잔량은 남아있다.

현재 에코프로의 대차잔고 수량은 420만주로 공매도 금지 이후 130만주 감소했다. 다만 연초 대비 에코프로 잔고 수량은 늘어난 수준이기 때문에 에코프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는 숏포지션의 비중은 여전히 존재한다.

김 연구원은 "공매도 거래가 금지됐지만 아직 많은 수의 공매도 잔량이 청산되지 않은 이유는 공매도 상환 기간이 길게 남은 투자자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인과 달리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상환기간이 1년"이라고 밝혔다.

공매도 거래가 내년 6월 30일에 재개될 시 공매도 포지션을 7월 이후에 설정한 투자자는 내년에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공매도 금지 기간이 1년 이하로 짧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숏포지션을 청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공매도 금지가 짧은 시기에는 대차거래 잔고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2011년 8월에 62거래일 동안 공매도가 금지됐었을 때 6500만주의 대차거래가 상환됐다. 반대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공매도 금지가 1년 이상 지속되었을 때는 21억주의 대차거래 잔고가 축소되며 시장의 공매도 포지션이 크게 줄어들었다.
 

"공매도 금지 부작용 클 수 있다" 일각의 지적도 나와

시장 일각에서는 오히려 공매도 금지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 리스크가 수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매도 거래액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외국인 이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외국인 수급을 둘러싼 쟁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단기적으로도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이다. 공매도 숏커버링을 압도하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단기적으로는 주식시장 안정화 효과가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후유증이 있으리라는 의견이다. 정부가 임의대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규제정책을 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선호하지 않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매비중을 장기간에 걸쳐 살펴보면 과거 공매도가 금지되었던 시기의 외국인 매매비중이 가장 낮았다. 이는 공매도 금지가 실제로 해당 시기의 외국인 개입도를 낮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매매비중은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뒤에는 다시 높아졌다. 한 번 시행됐던 '공매도 금지'가 규제 종료 이후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가 외국인 순매도를 촉발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과거 공매도 금지는 대형 악재가 있었던 시기에만 시행되었던 조치이기 때문"이라며 "공매도 금지 시기 초기의 외국인 매도를 악재와 규제 효과로 분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 기간 중에도 대외악재가 완화되면 외국인 순매수는 재개됐다"며 "외국인 지분율도 공매도 금지 여부보다는 주식시장 하락이 마무리됐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수급은 공매도 금지보다는 악재 완화 여부와 연동돼 움직인 부분이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결론적으로 공매도 금지가 해당 기간 외국인의 거래규모를 줄이는 것은 사실로 보이지만 외국인 자금이 이러한 규제 때문에 한국 주식을 대거 팔거나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비중을 줄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금지기간 외국인 수급 공백이 반대로 개인 매매비중 상승으로 연결됐다. 2011년은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가 펼쳐졌던 시기였고 이 종목들에 대해서는 외국인 수급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코스피 전체적으로 보면 외국인 수급의 확산세는 약했다. 지수 간 비교를 해보아도 개인 참여 비중이 높은 코스닥 지수의 주가수익률이 코스피 지수 대비 아웃퍼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매도 금지의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영향에 대해선 두 가지 상반된 의견 ▲공매도 금지 기간에 일시적으로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아진다 ▲규제 리스크로 인해 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다는 견해다.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가격발견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라면 반대로 공매도가 금지되는 경우 이러한 기능이 약해져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고평가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의 PER 밸류에이션은 공매도 금지 직후에는 대형 악재(글로벌 금융위기, 남유럽 재정위기, 코로나19 팬데믹)로 인해 급락했으나 이후에는 이를 딛고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로 인해 투자자들의 한국 주식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면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한 단계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금지 전후에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았던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전후에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이미 낮았던 경우 규제로 인한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또 공매도 금지는 가격발견 기능을 낮춤으로써 코스피 밸류에이션을 높게 유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효과로 인해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글로벌 주식시장 대비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는 공매도 재개 이후 밸류에이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며 "그러나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되어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공매도 금지 자체가 규제리스크로 인해 한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을 더 하락시키는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또 "정부가 공매도 금지 기간을 더 연장하지 않는 경우 추가적으로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 크게 출회될 여지는 적다"며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한국 주식시장의 외국인 거래량은 적은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매도 금지로 인해 청산된 숏커버링 물량은 단기간에 상당 부분 출회된 점을 언급하면서다.

이어 "대외 악재 완화 여부에 따라 공매도 금지와는 별개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외국인 수급의 확산성은 강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수급 공백 시기에 개인 수급이 중요해질 수 있다. 최근 외국인들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코스피 주식을 사고 있지 않다"며 "외국인에게서 소외된 업종들 중에서 개인수급이 확대되는 경우 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AI, 제약/바이오 등 개인투자자 선호가 높고 센티멘트가 훼손되지 않은 주식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