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시장 냉각에 부동산 PF 우려 ‘재확산’

한신평, '건설산업 2023년 3분기 실적 및 업황 점검 보고서' 발표

PF보증규모 큰 건설사들 유동성 부담 커져

정부, 유동성 지원 계획 발표했지만...실질적인 지원 수준·효과 모니터링 필요

한신평 "유동성 대응력 약화 건설사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기조 지속될 것"

금융권 PF 부실화 가능성과 지방 주택, 비주택 부동산 시장의 침체 장기화로 건설사들의 프로젝트파이넨싱(PF) 및 유동성 위험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지방 미분양에 이어 최근 수도권 지역에서도 미계약이 속출하는 등 건설업계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 기업평가본부 홍석준 실장은 17일 '건설산업 2023년 3분기 실적 및 업황 점검-공사원가 부담, 지방 분양시장 부진, PF 및 유동성 Risk 지속'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실장은 "공사원가 상승으로 일부 사업장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있어 수도권 분양경기가 다시 저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진행사업장의 분양대금 유입과 PF차입금 상환 등을 통해 건설사들의 PF위험이 실질적으로 축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신평이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분기실적을 공시하는 13개사 기준)의 올 3분기 합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6.1% 증가한 2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3.4%로 전분기(1.0%) 대비로는 상승했으나 직전 분기 중 반영된 GS건설의 사고 관련 비용을 감안하면 분기별 수익성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차입금 및 PF우발채무 부담 또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불거진 PF 차환리스크 대응과정에서 확대된 재무부담과 실적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저하로 올해 9월말 기준 건설사 합산 순차입금은 10조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PF보증 또한 착공 및 분양이 지연되고 시공사의 추가적인 신용보강 제공 등이 더해지면서 9월말 기준으로 전년말 대비 약 2조원 늘어난 28조원(도급사업 19조4000억원, 정비사업 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한신평은 2023년 이후 수도권 중심의 주택시장 반등 움직임에도 지방 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과 경기도 중심 지역은 공사원가 상승 및 분양가 상한제 완화에 따른 향후 분양가 인상 가능성, 신규 주택공급 부족 우려 등이 매수심리를 자극한 결과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상당 수준 회복됐으나 지방은 매매가격 반등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데다 공사원가 상승으로 신규 분양주택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가 지속되면서 주택경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신규 주택공급의 경우 분양위험이 낮은 서울 및 수도권 일부 지역과 조합원 물량을 확보한 정비사업에 집중되고, 지방은 미분양 우려나 PF조달여건 등으로 인해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그 결과 2023년 10월 누적 전국 분양물량은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크게 감소해 전년 동기(28만8000호) 대비 45% 감소한 15만9000호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에서 기타 지역으로 갈수록 분양물량 감소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모습을 보였다.

비주택 시장의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로 인해 오피스텔 등 준주거시설이나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수요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수도권 중심의 공급 확대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공실 발생, 가격 하락, 거래 위축 등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의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부담이 더욱 부각됐다.

연초 이후 회복 추세를 보인 수도권 분양시장의 둔화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

최근 고금리 기조 지속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 지역의 월별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거래량이 정체되고 매물이 누적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홍석준 실장은 "공사원가 상승으로 고분양가 논란이 발생한 일부 사업장에서 청약 미달이 발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분양경기가 다시 저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건설사 PF보증 중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수준이 높은 미착공사업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장기화되는 경기부진과 공사원가 부담, 고금리 기조로 신규현장의 사업성이 저하된 점을 고려할 때 브릿지론의 본PF 전환, 진행사업장의 분양대금 유입과 PF차입금 상환 등을 통해 건설사들의 PF위험이 실질적으로 축소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의 PF차입금 및 유동화증권의 차환부담은 올해 초 정부의 각종 유동성 지원책에 힘입어 다소 완화됐지만, 업황 전반의 부진과 더불어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하반기 이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 PF보증규모가 과중한 건설사들의 유동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실장은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상위권 건설사에 비해 지방 주택사업장, 오피스텔, 물류센터와 같이 최근 분양위험이 커진 사업장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공사대금 미회수 및 PF우발채무 현실화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견 이하 건설사는 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P-CBO)과 같은 국책기관 지원이나 자산 담보 없이는 회사채 발행 등 직접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BBB급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10% 내외에 달하는 등 금융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 9월 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서 건설사들에 대한 PF대출 보증 확대, P-CBO 매입한도 증액 등을 포함한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밝혔다. 다만 지방 및 비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PF Risk(위험)의 핵심이 해당 현장들의 사업성 부족에서 비롯되는 가운데 실질적인 지원 수준 및 효과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홍 실장은 "장기화되는 고금리 기조와 거시경제 여건의 불확실성 하에서 PF 및 지방 분양시장 리스크,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약화된 재무적 대응력은 향후에도 건설업 전반의 신용도 하향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PF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관련 리스크가 지속되거나 자체적인 유동성 대응력이 약화된 건설사를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