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이동관 탄핵소추안 철회 뒤 다시 상정, '일사부재 원칙' 반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했지만 국민의힘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전격 철회하며 본회의가 하루 만에 끝남으로써 탄핵안 표결이 사실상 불발됐다.
국회법상 탄핵소추안 본회의 보고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탄핵소추 여부를 무기명 표결하게 돼 있는데 이 기간 내에 표결하지 아니한 탄핵소추안은 폐기된 것으로 본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이 보고돼 이미 법적 효력이 발생해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소집해서 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해당 안건은 자동 폐기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격적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 토론) 철회에 대해 국민의힘 대변인들도 "전혀 몰랐다"고 말해 극비작전으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대변인은 10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당신이 나중에 말씀하시기로는, 아침에 국회 나오면서 생각하셨다고 한다. 깊게 고민을 하셨던 것 같다.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저희가 의원총회를 본회의 직전에 점심시간부터 몇 차례 진행했고, 본회의가 진행되는 중간에도 본회의장에서 나와서 일정 장소에서 회의를 또 했는데 윤재옥 대표가 중간중간 '이렇게 진행이 되다가 제가 결단을 해야겠다', '무언가의 강력한 수단을 써야겠다' 이렇게 자꾸 말씀했다"고 했다.
이어 "속으로 '글쎄, 뭔 강력한 수단이 있을까?' '의원들 전체 삭발을 해야 되는 건가' '사실 민주당이 절대 의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는데' 생각했는데, 이런 방법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그동안 이 위원장 탄핵이 부당하다고 여러 차례 역설해왔다. 본회의날에도 점심시간 전까지 김진표 국회의장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탄핵안을 발의하지 말아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원내대표는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 이들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철회, 본회의를 이날 하루로 종료시키는 플랜B를 가동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우리가 한번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었지만, 거기에 중독이 됐는지 모르지만 요즘 보면 뻑 하면 탄핵"이라며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국회 내에서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거부권이라는 게 있으니까 저희가 건의를 드려서 그렇게 정리하고, 탄핵안에 대해서는 정리를 한번 해 보자라는 생각을 아마 원내지도부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법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구하기가 더 중요했던 것 아니냐'라는 일각의 지적에 "비판하기 위한 비판"이라며 "실질적으로 법이 통과돼서 무산되는 것과 국무위원들, 검사 수사가 진행 중인 이 사람들에 대한 직무가 정지가 되는 것 중 과연 어떤 걸 먼저 택해야 되느냐, 저는 후자를 택한 걸로 본다"고 답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방통위가 굉장히 기형적으로 두 명밖에 없다"며 "방통위원장 직무가 정지되면 한 분밖에 안 남기 때문에 방송위가 헌재로부터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방통위는 전혀 기능을 할 수 없는 완전히 마비상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짜뉴스라는 게 몇몇 나쁜 정파, 의도가 나쁜, 공신력이 높지 않은 소위 말하는 인터넷매체에 협잡을 하면 얼마든지 가짜뉴스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게 선거에 굉장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방통위의 기능이 마비돼 있으면 내년 4월 당장 총선해야 되는데, 누가 거짓뉴스를 퍼뜨린다면 어떻게 막나"라고 지적했다.
또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 같은 경우는 대장동 수사 담당이고,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데요. 재판도 지금 선택적으로 나가고 있는 판에 담당검사의 수사를 중지시켜서 그 수사를 지금 방해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저도 윤재옥 원내대표가 본회의 중간에 철회하겠다고 말씀하실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며 "윤 원내대표가 보안을 유지하면서 며칠 동안 법률 규정이나 탄핵소추에 대한 의결 과정 등을 보며 고민해 오셨던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 위원장과 일부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철회한 뒤 나중에 다시 상정한다는 계획에 대해선 '법적 효력이 없는 무효'라고 지적했다.
장 원내대변인은 "국회법 제90조에 보면 본회의에서 의제가 된 의안을 철회할 때에는 본회의의 동의를 다시 요하도록 되어 있는데 탄핵소추안의 경우에는 보고가 되는 시점부터 7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에 보고되는 시점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하고 또 인사 안건이기 때문에 별도로 토론도 거치지 않고 표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과 같이 일단 탄핵소추안을 제출해놓고 보고가 됐는데 상황을 보니까 여의치 않으니까 70시간쯤 돼서 그거 철회하고 또 올렸다가 또 철회하고 그게 바로 일사부재의 원칙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법 제90조 제2항에도 의제가 됐으니까 본회의 동의를 받으라고 하는 것도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철회는 하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는 무효"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이 오는 30일~12월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정기국회이기 때문에 지금 동일 회기 내이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고, 만약 전혀 다른 탄핵 사유를 들어서 한다면 그건 일사부재의는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민주당이 그동안 얘기해 왔던 모든 탄핵 사유들을 다 모아서, 그리고 억지로 사유를 찾아서 다시 탄핵소추안을 계속 동일 회기 중에 무리하게 올린다면 그 부분은 국민들이 적절히 판단하시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재추진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꼼수로 문제 인사 탄핵을 잠시 미뤘는지 몰라도, 결코 막을 수는 없다"며 "본회의가 열리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원칙과 기준대로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모두 준수해 법을 위반한 공직자들이 합당한 처분을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과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을 철회하고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 다시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