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자유권위원회, 사형제 폐지·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박찬대 "與, 법안 통과 반대…유가족 가슴에 또 비수 꽂고 있어"
"尹, 국제기구 권고 받아들이고, 특별법 찬성 입장 밝히시라"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시민추모대회 사전행사로 열린 4대 종교 기도회에서 유가족 및 참석자들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구를 세우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했다. 유엔의 주요 권고 내용 발표에 더불어민주당은 "UN 자유권위원회의 권고 내용은 이미 이태원참사특별법에 담겨 있다"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를 반대하며 유가족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비수를 꽂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제기구의 권고도 무시하고 유가족과 국민, 야당의 요구도 정면으로 무시하겠다는 오만하고도 반인륜적인 태도"라며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외면하면 그것은 국가라고 할 수도 없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박 최고위원은 "UN 자유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기관을 설치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했다"며 "이태원 참사 1년여 만에 국제기구가 윤석열 정부를 향해 내놓은 첫 번째 권고 조치로서 당연하고도 상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159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숨졌지만 윤석열 정부는 1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제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이시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힘에게도 법안 통과에 적극 협력하라고 전하시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것이 국민의 뜻을 따르는 길이고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감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무부는 3일(한국시간)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한국의 5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국가보고서 심의 결과에 대한 최종 견해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기관을 설립하고 책임자를 사법 처리하라는 의견과 함께 참사 피해자와 유족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도 권고했다.
지난해 10월29일 벌어진 참사로 156명이 숨진 지 1년여 만에 국제기구가 정부를 상대로 내놓은 첫 권고다.
위원회는 "원인 규명을 위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효과적인 구제책이 제공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관계자들이 추모 집회에 과도한 공권력을 사용하고 집회에 참여한 인권활동가를 조사하는 등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노력을 방해했다는 보고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참사 직후부터 경찰의 특별수사본부 수사, 검찰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 대대적 조사와 수사가 이뤄졌다"며 "피해자 지원단을 출범해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범부처 차원의 TF를 구성해 65개 재발 방지 대책이 포함된 국가안전 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6월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지만, 여당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같은 회의에서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는 해병대원 사망 사건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정부여당의 반대로 인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고집과 국민의힘의 눈치 보기가 초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은 대통령과 여당이 이런 아집을 버리고 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요지부동인 모습에 과연 무엇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라고 질타했다.
이밖에도 위원회는 사형제 폐지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범죄 근절, '비동의 간음죄' 도입 또한 권고했다. 또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 개정 움직임에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해 관련 조항 개정을 고려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한국은 지난 1990년 자유권 규약을 비준한 이후 국내 자유권 현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심의를 받아왔다. 이번 심의는 2015년 4차 심의 이후 8년 만에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