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쿨한 정치 해보고 싶다"②

"각자 지분을 인정하고, 치열한 토론 통해 합의 도출하는 정치 해보고 싶어"

“대한민국 검찰이 지배… 후진국적 행태”

“보수의 핵심가치는 정직과 신뢰자본인데”

이 전 의원은 자신의 정치를 '쿨한 정치'라고 명명하면서 아직은 상(像)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지만 각자의 지분을 인정하고 각자의 입장을 전제한 위에서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합의해 나가는 정치를 꿈꾼다고 밝혔다.

조세일보는 지난 27일 이언주 전 의원과의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전 의원과의 인터뷰를 1, 2편으로 싣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기사에서 계속)

ㅡ '이준석 전 대표와 11월부터 주요도시 토크콘서트를 한다고 들었다. 이준석 유승민 이언주 뭉쳐서 '보수신당' 얘기가 나오고 '윤석열신당'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어느 쪽이 좀 더 정통보수에 가깝다고 보나.

11월 부산과 광주에서 토크콘서트를 예정하고 있다. 현 정국을 진단하고 대안을 토론할 생각이다. 물론 신당 가능성도 열려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다만 보수가, 한국정치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신당의 실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다. 다만 윤석열대통령의 국정행보를 볼 때 저분이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모호하다. 과거 한국의 보수는 적어도 일종의 상무정신 즉 정직과 높은 자리에서 솔선수범해 책임지는 정신이 있었다. 근검절약, 근면성실, 정직과 애국심, 자기헌신과 책임, 원칙과 기개 같은... 다소 고리타분한 덕목들일수도 있지만. 외교도 그래도 민족적 자존심을 어느 정도는 지켰는데 한일관계 특히 독립영웅 폄하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이런 걸 통해 신뢰를 확보해가는 게 보수정치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이다. 그런데 윤석열정권의 지난 1년반을 돌아보면 그런 덕목에 반하는 상황이 너무나 많았다.

더구나, 최근 홍준표, 유승민, 이준석, 이언주 제명하라는 친윤성향 극우 유투버들의 집회까지 있던데 참 적반하장인 게, 일단 홍준표시장은 보수가 윤석열검찰에 의해 궤멸되다시피 할 때 질 게 뻔한 대선을 나가 욕 얻어먹으며 보수를 기사회생시킨 분이고, 저는 무소속의원으로서 조국사태 당시 내로남불 비판하며 삭발하며 침체된 보수진영에 용기를 주며 정국의 전환점을 만들었고, 이준석 대표는 2030세대 결집으로 보수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윤석열 추종세력들은 그런 인사들을 골라 괴롭힌다. 이런 적반하장이 어딨나? 이건 그야말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나오는 이병헌 비슷하다. 본래 입주자를 죽인 이병헌이 입주자행세를 하면서 ㄸㄸ아파트 대표까지 되어 입주민들을 약탈과 살인까지 감행하는 야만적 상태로 변질시키는 내용이다. 누가 보수를 궤멸시키고 망가뜨리나? 누가 보수를 살리고 희망을 주었나? 실제로 이렇게 생각하는 당원들도 꽤 있다.

ㅡ 어떤 신당을 만들고 싶으신지, '이언주의 미래 정치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극단적 진영정치를 극복해야 한다. 지금은 진실과 정의마저도 편(네 편, 내 편)으로 갈라서 왜곡되는 세상이다. 내편이면 거짓도 진실이 되고 잘못된 일도 옳은 일이 된다. 상대에 대해서는 반대다. 그러면서도 전혀 양심의 가책도 없다. 이태원참사 건을 보라. 사람의 죽음, 인간된 도리에 어찌 니편 내편이 있나. "너는 누구편이냐?"를 묻기 전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부터 물어야 한다. 이런 양심세력이 모여 진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의 정당은 최고 권력을 향한 줄서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본다. 좀더 다원화되고 수평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 국민의힘에서는 그 피해 보고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지나치게 경직된 당론과 줄세우기식의 공천제도를 통해 대통령 혹은 보스가 당을 장악하는데 이런 행태는 매우 비민주적이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제에서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좀더 치열하고 자유로운 토론문화가 필요하다.

토론과 논쟁 끝에 여러 의견들을 조율할 수 있는 게 능력이다. 그러면서도 구성원 개개인의 자유의지 존중하는 그런 열려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 어떤 인사가 없으면 해체되는 당, 당 최고권력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종속당하는 당, 민생보다는 차기 대선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당이 과연 필요한가? 국민들도 알 것이다. 나중에 권력 투쟁으로 당이 침식될 수 있다는 거 말이다.

선진국은 다른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다.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그걸 토론하는 걸 불편해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하는 거다. 모두가 짜장면 먹을 때 '나 짜장면 싫으니 짬뽕 먹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개인 자율성이 존중받는 조화로운 세상이다. 이걸 정치에 대입하면 세상에는 모든 정치인들이 각자 자기 역할과 지분이 있는 거다. 나는 무소속이든 신당이든 뭐든 모든 가능성에 다 열려있다. 아마도 이준석 대표도 여기에는 생각이 비슷할 거다. 뭔가 미리 정해놓은 건 아니다. 국민들과 대화를 하면서 좀더 지내다 보면 답이 나올 거라 본다. 다만 X세대나 MZ세대로서 기득권정치 즉 86세대 위의 정치행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진실과 정의마저 니편내편에 따라 달리 우기는 코미디, 기득권 정치를 그만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 싶은 것이다. 좀더 쿨하게 논쟁하고 다름을 인정하되 조화를 이룰수 있는 합리와 상식에 기반한 정치를 하고 싶은 거다.

쿨해야 한다.

너 나랑 다르네, 오케이. 이렇게 인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서로 다른 생각갖고 치열하게 토론하면 공격받는다고 생각한다. 그걸 쿨하게 인정할 수 있는 세상, 서로 생각이 다르지만 그걸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정치를 꿈꾼다.

정치에도 각자 다 지분이 있더라, 예전에 몰랐는데...
여당 야당 다 지분이 있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저 사람 싫다, 생각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실존하는 그것들을 어찌됐든 내가 인정하규 조율을 해나가야 한다.

이재명이 싫을 수 있다. 이준석이 싫을 수 있다. 그러나 싫어도 실존하는 야당 대표고 여당의 전 대표다. 쿨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거다. 그 사람이 나하고 완전 다르다, 너무 이해하지 못하겠다. 회사로 치면 주주들이 자기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주주가 생각하기에 아무리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다.

조화롭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이게 문명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야만사회로 간다. 서로 머리끄댕이 잡으면서~...

그것을 쿨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을 하지만 쿨하게 상대방을 인정할 줄 아는 세상.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이언주가 생각하는 '쿨한 정치'다.
신뢰 자본이 보수의 핵심가치다. 보수라는 건 사회가 불안정하게 변혁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개혁하는 걸 추구하는 사람들 아닌가. 그러면서 사회 안정화를 꿈꾸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신뢰 자본과 정직이 생명이라고 본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위기가 신뢰 자본이 깨졌다는 거다. 국민들이 다 아는 너무나 뻔한 진실을 속인다. 인사청문회에서는 분명히 만났는데 안 만났다 그러고, 거짓말 들켜도 사퇴 안 하고 버틴다. '바이든-날리면' 사태는 무슨 코미디인가.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논란도 국민들은 그 내막을 다 알 것이다.

믿어야 거래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신뢰라는 점에서 지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보수를 표방할 자격이 있을까. 지금 대한민국 위기는 진실이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다. 우리 편이 말하면 진실이고 상대가 말하면 가짜뉴스다. 진실과 정의가 편에 따라 달라지는 나라, 이것을 주도하는 데 야당 책임도 없는 건 아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 이거 못 고치면 대한민국이 지금껏 쌓아 온 신뢰자본이 다 무너질 수 있다. 정치인들이 희화화되고 거짓말쟁이로 전락하는 거다.

조국 사태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아무 문제 없다'고 얘기하다가 신뢰를 잃은 것 아닌가. 지금 윤석열 정부도 똑같은 길 가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서 보수정당 가치가 다 무너지고 있다. 채상병 사고에서도 그렇고, 이태원 참사에서도 그렇고, 책임자들이 실무자에게 책임 떠넘기고 자기들만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정황이 보인다. 정통 보수와 합리적 보수 입장에서 보면 용납하기 힘들다. 그래서 지금 보수 정당의 오랜 지지층이 흔들리고 있다. 다만 대안이 없으니 이분들이 침묵을 지키는 거다.

ㅡ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검사·판사 등의 '제 식구 감싸기' 문제가 지적됐다. 판검사 기소율이 터무니없이 낮아 '법조 카르텔' 문제가 제기된 거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 행보가 너무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은 검찰이 지배하고 있다. 형식적 권력을 떠나서 분위기를 지배하는 거다. 정치마저도 검찰 잣대로 지배당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여당 대표와 야당 대표가 있을 때, 함께 경쟁하고 논쟁하면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검찰 시각으로 정치를 하게 되니 '저 집단 뒷조사를 해서 약한 고리를 만들어 쓰러뜨리겠다' 이런 선거 전략이 나오는 거다. 상대방 약점 잡기, 그것을 고발하기, 쓰러뜨리고 정치 생명 끊기 등으로 가는 식이다. 요즘은 이것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것 같다.

(검찰을 통해) 언론 지상에 나오는 모든 정치권 이슈가 너무 흥미진진하다는 게 문제다. 완전히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러니 우리나라 국민들이 정치를 재밌어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문명 사회에서 중요한 조건 중 하나라면 정치가 재미없어야 한다는 거다. 경제·산업·사회 이런 분야의 기사들이 주목받아야지 검찰 발 기사들이 엄청난 권력을 갖는 생태계가 올바를 것인가. 무엇보다 검찰이 주도하는 스펙타클한 활극에서 지면 정치적 실패뿐만 아니라 인생이 망가지는 건 권위주의 독재국가의 전형적 모습이다. 중국이나 러시아를 보라. 부패와 전쟁한다는 명목 아래 정적 제거에 나선다. 정적은 단순히 정치적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 끝장난다. 얼마나 끔찍하나. 이런 상황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후진적 행태다.

ㅡ 이언주 전 의원의 입바른 소리는 분명한 장점이지만, '20~30%의 지지층만 확보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본인 지지층에게만 소구하는 정치인들에 비해 정치적 지형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중도층에는 두 부류가 있다. 중도층 절반은 정치 무관심층이고, 나머지 절반은 정치 고관심층이다. 내가 주로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후자다. 이른바 비판적 중도층이다. 그런데 이 부류 사람들은 정치 세력화가 잘 안 된다. 주관 강하고, 한 정당에 끌려다니는 것 싫어해서 그렇다. 내가 볼 때, 만약 이런 사람들이 대한민국 정치에서 다수파가 될 수 있다면 나라가 바뀔 거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깨어 있는 시민' 아니겠나. 맹목적으로 정치인을 추종하지 않고, 자기 비판에도 겸허히 나설 수 있는, 그런 비판적 중도층이야말로 깨어 있는 시민이라고 본다. 그분들이 다수파가 되면 한국 정치가 변할 텐데 그게 내 꿈이다.

그래서 공천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당장 공천 때문에 '윤핵관 호소인'으로 변모한다면 내 꿈이 무너지지 않겠나. 한 번 더 뱃지를 달아보기 위한 정치와, 지금껏 어려웠던 행보를 지속해 국민들께 메시지를 남기 위한 정치. 둘 중 나는 후자를 하고 싶다. 그래서 내 태도가 '공천 필요 없다'까지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사실 신당 창당 과정에 대해서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외롭지만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가겠다는 생각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지만, 거기까지는 웬만하면... (웃음) ☞이언주 전 의원은?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석사, 고대 정책학 박사과정(통일외교안보)을 밟고 있다. 로펌 기업자문팀으로 변호사 생활을 했으며 르노코리아 General Counsel(법무 자문총괄역), S-Oil 상무 등을 지냈다. 이후 정치에 입문해 경기 광명시(을)에서 19, 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대 총선은 민주통합당 후보로,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2017년 탈당해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쳐 2020년 미래통합당에 합류했다.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남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