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박정훈 수사단장이 수긍했으면 파장 안 컸을 것”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경북 예천에서 벌어진 故해병대원 순직사고 관련 "박정훈 수사단장이 그런 일탈행위(수사보고서 이첩보류 지시를 어긴 것)를 한 것에 대해 빨리 인정하고 수긍했더라면 이 정도까지 문제가 파장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계환 사령관은 2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으로부터 "박정훈 수사단장의 일련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나 개인 일탈이라고 생각하나"라는 등의 질의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월 19일 경북 예천 일대에서 수해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해병대 제1사단 채모 상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해당 사고 진상 규명에 나섰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해병 제1사단장 등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 내용을 담은 수사보고서를 경찰에 이첩했는데, 이후 '항명' 혐의로 보직해임된 후 군검찰로부터 '항명'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 사령관은 "명확한 것은 해병대 사령관의 정당한 지시에 (박 전 수사단장이) 이첩보류를 위반한 행위를 했다"며 "이미 지난 10월 6일 (박 전 수사단장이) 기소가 된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정당한 지시를 위반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 의원은 "여러 녹취록 속에 사령관과 수사단장이 함께 해병대 명예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나와 있다"며 "그걸 부정하고 박정훈 수사단장 개인 일탈로 몰아서 진실을 도륙 내는 것이 해병 사령관이 할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러자 김 사령관은 "해병대 사령관으로서 부하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고 박 대령 역시 제 부하"라며 "다만 내 부하가 정당한 지시를 어기는 것에 대해서도 인정하는 건 부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지금까지 박 대령의 행동에 대해서도 이틀 동안 설득 과정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독단적인 행동을 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만약 박 대령이 이첩보류 지시에 대해 본인이 수긍했더라면 이 정도까지 국민들의 관심이나 파장이 없었을 거라 본다"고 주장했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계속해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도 고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고 관련해 박정훈 전 수사단장 책임론을 강조했다.

성 의원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김 사령관을 향해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순직 병사 사고에 대한 (수사보고서)를 경찰 이첩 중지하라는 명령을 정확히 받았을 것"이라며 "명령이 수행이 잘 안됐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해당 질의에 대해 김 사령관은 "지시를 정확히 받았다. 7월 30일 국방부 장관에게, 7월 31일에는 국방부 차관을 통해, 8월 1일에는 군사보좌관(대통령실 국방비서관) 문자를 통해서"라며 "정확히 총 세 번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성 의원이 계속해서 "사령관 명령을 왜 박 대령이 거부했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 사령관은 "박 대령이 법률적 쟁점에 있어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의견을 존중하지 못한 듯하다"며 "박 대령이 갖고 있는 독단적 생각과 법률적 해석으로 그렇게 행동했다고 본다"고 짐작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는 단식 농성 이후 회복을 마치고 국회에 복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