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국힘 총선 연패와 김기현 대표 정계 은퇴가 같나"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책임자 바뀌지 않는데 큰 의미 주겠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목소리들 대변하는 구조로 가야"
"당의 주류 입장에서 굉장히 '불편한 변화' 있어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6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기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은퇴로 책임지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총선 패배한 다음 물러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천 위원장은 16일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패배라고 하면 윤석열 정부 후반기에 아무것도 못한다는 의미다. 보수 진영이 총선에서 내리 연패를 하게 되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되는 건데 이게 김기현 대표의 정계 은퇴와 등가적인 건가"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천 위원장은 "(총선 패배는) 사실 김기현 대표의 정계 은퇴보다 훨씬 중한 일이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황교안 전 대표도 사실 그 이후로 굉장히 내리막을 탈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얘기는 조금 의미가 별로 없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분골쇄신할 때 그 '분골'은 남의 뼈로 할 수 있는 거냐. 본인 뼈로 분골쇄신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지금 당에서는 다양한 얘기들, 또 김기현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들도 터져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청권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이 원외 위원장들로부터 '연판장 받겠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경고한 것을 두고 "충청권 당협위원장들 분위기도 간단치 않다"며 "아직까지는 이런 움직임들이 바로 분출돼서 터져 나오는 단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다들 이래 가지고 선거 치를 수 있겠나 하는 위기감은 굉장히 고조돼 있는 단계"라고 했다.
전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어 현재의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당 쇄신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당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고,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들의 총사퇴만으로는 당 쇄신 동력을 얻기에 부족하다는 의견에 따라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기현 대표 사퇴 요구가 나왔지만 김 대표 체제 중심의 당 쇄신과 당정관계 변화 모색에 공감대가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대표 체제 유지와 임명직 당직자들의 총사퇴에 대해 "새로 들어온 임명직 당직자가 누군지에 관해서 국민들이 그렇게 관심이 많으실까. 임명직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임명하면 그만"이라며 "당의 간판 내지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책임자가 바뀌지 않고 임명직 당직자만 바뀐다라고 해서 국민들께 어떤 큰 의미를 드릴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일단 현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당 쇄신의 뜻을 모은 데 대해 "지금처럼 아마 당이 한 목소리만 거의 나오는 상황은 잘 없었을 거다. 단합·단결로 이번 보선 결과가 좋았던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오히려 당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목소리들을 대변할 수 있는 구조로 가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특정 인물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희가 2020년 총선 지고 나서 보수 정당이 예전에 민주당 비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 비대위를 모셔오고, 0선의 30대 당대표, 이준석 대표를 세우고 이런 정도의 파격적인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대선에서 믿어주신 거 아니겠나. 그때 얻었던 신뢰를 지금 다시 다 까먹은 상황이다. 사실 그보다 더 진전된 형태의 정치적인 액션들이 나와줘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총선을 6개월 앞두고 김 대표 체제의 대안이 없고, 비대위 체제가 더 위험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대안은 있을 텐데 지금 당 주류가 원하는 대안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께 의미가 있는 변화라고 하려면 당의 주류가 봤을 때는 굉장히 불편한 변화여야 된다. 이명박 대통령 때 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세우는 그 정도 파격이 나와야 공감을 해주신다"며 "그냥 그 나물에 그 밥 같은 변화는 사실은 아무 어려운 게 없다. 불편하지 않은 대안을 찾으려고 하면 대안을 찾기는 사실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한 것에서 '차분하고'가 '김기현 대표 체제 그대로'로 분석되며 김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실에서는 오히려 한번 열어주고 김기현 대표 입장에서 결단을 하실지 안 하실지 모르겠지만 (결단)하더라도 이게 대통령실의 의지는 아니다라는 거를 오히려 보여주는 하나의 시그널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대표를 너무 대통령실이 끌어내리는 모양새는 별로 좋지 않다. 혹시 김기현 대표가 책임을 지더라도 그게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 아니냐라는 얘기가 나오면 그것조차도 또 안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