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태경 "'이재명 심판', 이젠 쓸 수 없는 카드…'尹총선'으로 심판"

하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다음날인 22일 <조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윤석열 정부가 잘할 거냐 못할 거냐, 이 평가가 핵심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제 우리 당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이다"며 "민주당 공격해서 반사이익으로 점수 따긴 어렵고 우리 당 스스로 잘하지 않으면 총선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21일 오전 KBS라디오에서도 "우리 당 큰일 난 거다. 우리 당이 혁신하고 중도 확장으로 가지 않으면 이제 이재명 대표 구속되는 바람에 우리 당은 총선에서 참패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때문에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얻은 듯하지만 이 대표 구속 이후엔 야당의 내홍 등으로 인한 반사이득이 사라질 것이란 취지의 주장으로, 내년 총선 전략에 대해 국민의힘은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뜻을 역설한 것이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부결 호소에도 당내 반란표로 인해 구속 심사 법정에 서게 된 가운데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친명 체제를 갖추고 있다. 원내대표 후보자들은 26일 합의문을 내고 "끝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서 민주주의 후퇴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비명계의 이 대표 사퇴 압박 목소리가 커지는 반면, 당 일각에서는 '옥중 공천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맞대응할 전략에 귀추가 주목된다.

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한다는 것은 최후의 안전핀을 제거하는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어떻게 하면 9.19 남북군사합의를 잘 지킬 건지에 대한 아무런 대안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음은 하태경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 내 후폭풍이 거세다. 이 대표 구속시 국민의힘 입장에선 '우리 당 큰일 난 거다"고 했다. 앞으로 전망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총선의 맞상대가 더 이상 '이재명 정당'이 아니다라는 거다. 이제 이재명 심판, 이건 쓸 수 없는 카드이기 때문에 어쨌든 내년 총선은 더더욱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로 모일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잘할 거냐 못할 거냐, 이 평가가 핵심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제 우리 당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이다. 민주당 공격해서 반사이익으로 점수 따긴 어렵고 우리 당 스스로 잘하지 않으면 총선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Q.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 국민의힘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한 야권 인물 중심 발탁을 탁월한 영입으로 보나.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 당에 대한 평가보다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가 총선에서의 국민적 관심사라는 거다. 윤석열 정부가 '중도 외연 확장' 쪽으로 나가지 않으면 우리 당의 어떤 움직임이 큰 박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Q.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총선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국정수행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국정 기조가 민생 중심으로 바뀌면 된다. 역사 논쟁이 아니라 경제를 주요 어젠다로 잡고, 이념에서 민생으로 전환을 하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다.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이념을 나는 '반민생이념'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반민생이념이 탈원전, 반시장주의, 반과학주의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같은 경우도 반과학, 반지성에 속하는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없는데 민주당은 영향이 있다고 거짓말을 퍼뜨려 온 것이다. 국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광우병 파동 당시의 논란이 전부 다 거짓말이었다고 이제는 다들 생각하지 않나. 심지어 광우병 시위에 나갔던 분들도 다 잘 먹는다. 그것처럼 다음 총선 때 가면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거짓말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심판 받을 거다."

Q. 윤석열 대통령이 '반공산전체주의 세력'을 겨냥하며 이념을 강조한 행보가 총선에는 도움이 안 된다 봤는데.

"이념도 이제 '종북 척결' 이념이 아니라 '반민생이념'인 탈원전·반시장·반과학 쪽에 더 집중하고 민생 행보를 해야 된다. 대통령이 말하고 싶어 하는 주된 핵심 내용은 '반민생이념'이라 본다.

Q.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출마를 둘러싼 '용산 차출설'에 대해 어떻게 보나.

"대통령 지지율을 많이 올려놓고 나오면 환영받고 공천도 많이 될 것이고, 지지율이 아주 낮은 상태로 출마한다면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Q. 북러 정상회담으로 군사협력 강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나.

"우리는 러시아의 대북한 무기 지원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관심사는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그 방법은 '불에는 불', 저쪽에서 무기 지원하면 우리도 맞불 형식으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으로 가야 된다. 그래야 러시아의 북한 무기 지원 의지를 꺾을 수 있다."

Q.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이 곧 방한해 북러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북러 간 무기거래'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 북한에 어떤 무기를 지원하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이 안 됐는데, 당신들이 북한의 무기를 지원하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거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서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의 무기 지원이 안 되게끔 해야 한다."

Q. 러시아의 북한 지원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야당에선 '전쟁 참전 선언 같은 것'이라며 "북러의 밀착 상황은 윤석열 정부한테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이 나왔다.

"러시아가 무기 지원해도 가만히 있자 라는 건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국제사회의 호구가 된다. 러시아는 계속 북한에 무기 지원을 할 것이다. 그건 우리 안보를 더 위험하게 하는 것이다. 북한에 더 많은 무기가 가면 북한의 도발 위험이 더 커진다."

Q.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북한에 무기를 지원받는 현실은 '자기 모순적'"이라고 러시아에 강한 경고장을 보냈다.

"그만큼의 국력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지원하면 우리도 러시아를 괴롭힐 수밖에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러시아가 우리나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의 미사일을 지원을 하게 되면 러시아도 굉장히 큰 타격을 입는다. 러시아가 북한이 무기 지원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내리면 러시아도 움찔할 수밖에 없고, 그게 대한민국을 훨씬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Q.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어떻게 보나.

"파기는 안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미 지난 1월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검토를 언급했는데, 파기 쪽이 아니라 효력 정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 효력 정지는 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이 9.19 합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 17번 위반했다. 북한으로 하여금 지키게끔 하려면 우리가 압박을 해야 하지 않나. 그 압박 방법의 일환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효력 정지밖에 없다."

Q.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9.19 군사합의는 '최후의 안전핀'이라며 폐기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가 효력 정지를 하는 건 9.19 남북군사합의를 잘 지키자고 하는 것이지 파기하자고 하는 게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이 어떻게 하면 9.19 남북군사합의를 잘 지킬 건지에 대한 아무런 대안이 없다. 북한으로 하여금 9.19 합의를 지키게끔 하는 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효력 정지는 남북관계 발전법에 있는 조항으로, 법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다. 9.19 합의를 파괴하지 않고 지키면서 북한으로 하여금 더 잘 지키도록 압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