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단장 측 “해병대 수사기록, 국방부 검찰단에 뺏겼다고”

해병대 故채 상병 수사외압 의혹 관련 해병대 사령관과 중앙수사대장 간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돼 논란이 된 가운데,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측 변호인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최초 수사기록을 경찰 측 반발에도 국방부 검찰단이 회수해 갔다고 밝혔다.

김정민 변호사(박 전 단장 측 변호인)는 26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공개된 김계환 사령관과 해병대 수사대장 관계자 통화 녹음파일 관련 "해병대 사령관도 (수사기록의 경북경찰청 이첩이) 항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24일 김 사령관이 박 전 단장과 함께 故채상병 수사를 이끈 수사대장과 지난달 2일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은 박 전 단장이 해병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 통보를 받은 날인데,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 보직해임 직후 그를 두둔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이 항명으로 입건이 되고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의) 기록을 회수하는 모든 과정이 해병대 사령관 진술과는 배치된다, 이게 중요한 내용"이라며 "또 국방부는 수사외압 의혹이 없었다고 하지만 해병대 사령관이 '증거가 확보돼 있나'라고 묻는 것이 명백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녹취록 공개 이후 김계환 사령관이 박 전 단장 측에 보인 반응에 대해서는 "저희 측에 전달된 건 별도로 없었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해당 녹취록 말고 경북경찰청 관계자와 해병대 수사단원 통화 녹취록이 있다고 하던데'라고 짚자, 김 변호사는 "그건 이미 (보직해임 무효 확인) 행정소송 및 공수처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녹취 제공자가 내용 공개를 꺼리고 있어 많은 말씀은 드릴 수 없다"고 답변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다만 연합뉴스에서 경북경찰청 팀장을 취재해 확인한 바로는 (경북청 관계자가 국방부에) 수사기록을 빼앗긴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며 "(해병 수사단 기록이) 이첩이 돼서 경찰이 정상적으로 수사를 개시해야 하는데 항명을 이유로 회수당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방부가) 회수 요청 이유로 '접수가 안 됐다'고 말을 맞추자는 말까지 있었다고 한다"며 "이 사건에서 그 부분은 매우 이례적이고 명백한 범법행위다. 그 탈취 과정이 우악스럽고 불법이 있어 (국방부 검찰단이) 변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 변호사는 계속해서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해병대 수사단 기록을 '빼앗았다' '탈취했다' 등 수위 높게 표현한 것에 대해 "적법한 형식·절차를 밟은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또 해당 부서에서는 자신들 의지와 상관없이 상부 지침에 따랐을 뿐이라고 표현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종합해서 경북경찰청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변호사는 "최초 해병대에서 만든 수사기록에는 사단장 과실이 기재가 돼 있다"며 "그런데 국방부 조사본부가 다시 (경찰에) 넘긴 사건 인계서에는 사실관계를 비틀 수도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한편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 처분을 받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낸 '보직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은 수원지법 행정3부(부장판사 엄상문)가 지난 25일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