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당론으로 부결에 대한 결정해야"…"표결 보이콧 여전"
비명 "부결시 방탄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당 분열 막아야 한다, 확실하게 합의된 기준"
"검찰 영장 친 이후에도 '원칙' 지키는 방향으로 결론 날 것"
◆…단식 14일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 사무실에서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소속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마무리하며 조만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들어올 것으로 보이면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둘러싸고 친명계(친이재명계)와 비명계의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해오자 친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친명계인 서은숙 최고위원은 13일 MBC라디오에서 "정치 검찰이 국회 회기 기간이고 이재명 대표가 단식 중인데도 굳이 소환조사를 두 번이나 하고, 또 회기 중에 구속영장 청구하는 것은 민주당에게 분열과 혼란을 주려는 정치행위"라며 "당론으로도 부결에 대한 결정을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민병배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표결 보이콧 입장에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민 의원은 "구속영장 칠 만한 내용도 없는데 정치적으로 기어이 가지고 들어와서 구속영장 체포동의안을 보내면 투표해라, 그 투표 강요에 응답할 수 없다"며 "두 번째 지금 구속 사유가 없다. 불구속기소 하면 될 거 아닌가. 세 번째 정치적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 프레임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서는 투표를 거부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의원들께서 이재명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한다"면서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정적제거 야당 탄압에 대해 어떻게 대차게 어깨 걸고 싸울 것인가가 문제다.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 죽이기를 할 때 똘똘 뭉쳐 싸웠듯이 이재명 죽이기에 맞서 민주당부터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똘똘 뭉쳐 무도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과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이재명을 지켜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에서 "저는 당연히 부결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이 언제든지 비회기에 칠 수 있는데 굳이 그때 안 치고 정기 국회에 들어와서 이거를 친다는 것은 민주당 분열 공작이다. 여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절대로 이 대표를 저들의 아가리에 내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부결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당내 단식 동정론도 일고 있는 만큼 비명계도 "단식하고 힘드신 분한테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지켜라 하는 게 참 야박하다"라며 동정론을 표출하고 있지만, 당이 더이상 '방탄 지옥'에 빠져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비명계인 조응천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이 될 경우 민주당 입장에서 내년 총선을 고려해 가결하는 게 훨씬 낫다고 봤다.
그는 전날 SBS라디오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시켰다고 하면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 국민들께 뭐라고 얘기하고 표를 달라고 해야 되냐. 정말 방탄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에 당당하게 걸어가셔서 영장 기각받고 돌아오시는 게 최상"이라고 했다.
이상민 의원은 13일 KBS라디오에서 '무기한 단식 투쟁으로 당내 갈등이나 화합 모드가 조정됐냐'는 질문에 "이 대표에 대한 이견이나 비판의 소리를 겉으로 내놓는 것도 좀 자중하는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당내 문제나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문제가 그냥 치유되거나 제거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표출은 안 되지만 여전히 당내 잠복돼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최고위원들이 뭐 하시는건가. 강제로라도 이재명 대표를 빨리 병원으로 모시고 가야 될 것"이라고 지도부를 향해 단식 중단을 시킬 것을 촉구했다.
또 "정국이 풀어지기보다는 사실은 더 꼬여가고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집권 세력에서는 콧방귀도 안 뀌지 않나. 이런 때에는 지혜도 필요하다"며 "이 대표가 스스로 고초를 겪는 것도 용기이지만 또 어떤 때는 여기에서 멈추고 정치를 위해서 나서시는 것도 큰 용기"라고 주장했다.
한편 당내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를 둘러싸고 당이 분열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은 확실하게 합의되어 있는 기준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장철민 의원은 13일 YTN '뉴스앤이슈'에서 "우리가 분열하면 그게 검찰과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대로 당이 가는 거다, 절대로 우리가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당연히 토론을 해야 되지만 분열돼서 그것들이 자꾸 밖으로 이상한 모습으로 나가는 것은 절대 좋지 않다, 이것은 아주 확실하게 합의되어 있는 일종의 기준이자 원칙"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검찰에서 영장을 친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이 원칙을 지키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계 김영진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서 "현재 체포동의안을 이야기하기에는 상당히 이르다"며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면 그 시기에 진중한 논의를 통해서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도 긴급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관련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지금 논의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말을 아꼈다.
서은숙 최고위원은 이날부터 당 지도부가 체포동의안 관련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가결이든 부결이든 똑같은 표결을 해야지 이탈이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인지 묻는 질문에 "가능하면 그래야 된다"고 했다.
한편 검찰이 다음주 초 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백현동 특혜 의혹 사건과 병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체포 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최대 72시간 내에 표결해야 한다. 72시간 내에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처리할 수 있다.
이달 18일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위한 본회의가 열리고, 21일과 25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