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들 "정책효과 점검 필요…추가인상 가능성 열어둬야"

한은, ‘2023년 제10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 발표

금통위원들 "가계대출 증가세…면밀히 관리해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2, 4, 5, 7월 기준금리 동결에 이은 다섯 번 연속 동결이다. 전월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의 설명에 의하면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의 전원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한은이 12일 공개한 '2023년도 제16차 금융통화위원회(정기) 의사록'에 의하면 금통위원 6명 모두 가계부채, 성장 및 물가경로, 금융시장 안정 상황, 환율, 주요국 통화정책 등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살피면서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A 금통위원은 "지난 수십 년 세계는 인플레이션 없는 성장을 누렸다. 값싼 물건을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가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며 "저물가를 동반한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교역 확대와 세계화 추세 또한 국제정치·경제 환경 변화로 그 모멘텀이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금리를 현재의 3.5% 수준으로 동결하고 그동안 지속해온 고금리 정책의 효과를 점검하면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경제의 체질 개선에 노력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B 위원은 "앞으로 물가는 대체로 당초의 전망경로를 유지할 것이나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진 반면 금융불균형은 확대됨에 따라 정책목표간의 상충관계는 심화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러한 경제 금융 상황 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고 앞으로 성장 및 물가경로, 금융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및 경기변동 등 대내외 여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C 위원 역시 "향후 성장경로 및 물가 흐름의 불확실성이 높고 금융불균형이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여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로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은 개진했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통화정책 운영방향도 주요 지표가 물가의 하향 안정 및 금융불균형 해소를 시사하는 수준인지를 면밀히 점검해 가면서 필요시 추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정책 긴축의 강도를 조정하며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 위원은 "현재의 상황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여건을 살펴보면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고 있다"며 "물가는 하락 추세이나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부동산PF 등 취약부분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기는 부진이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본격 회복 국면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가계부채는 증가 추세에 있다"며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반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으며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존재하는 등 주요국의 긴축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 수준에서 동결하고 다음 회의 시까지 근원물가 흐름,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증가 정도,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내용 등을 점검해 가면서 추가로 금리인상을 할 지 여부를 포함한 의사결정을 하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 위원은 "여전히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특히 중국 경제의 회복 부진 및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인해 향후 성장 경로상에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국내외 경제·금융 여건을 고려할 때 금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망경로 대비 향후 성장과 물가, 그리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준금리에 대한 추가 조정 방향 및 크기를 신중히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F 위원은 "금융·외환시장은 미연준의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 중국 부동산관련 리스크 등으로 높은 변동성을 보인 가운데 대체로 완화적 흐름을 지속해 왔다"며 "국내 부동산 가격 움직임과 더불어 가계대출 증가규모가 커지고 기업대출 증가폭 역시 확대되고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짚었다.

이어 "동시에 은행 및 비은행권의 연체율이 완만히 상승하고, 일부 비은행예금기관의 안정성 지속 여부도 아직 주의해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서 "주요국 통화정책의 추이에 따른 외환시장의 움직임,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의 목표대로의 안정 경로 등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으므로 향후 필요시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에서 이 총재는 "금리운용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모두 3.75%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며 "잭슨홀 미팅이나 9월 FOMC 회의에서 미국의 금리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어느 정도 오래갈지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물가변동성도 같이 높아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는 게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증가세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 확대될지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금리 상방 옵션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