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여당 대표가 함께 있는 정치적 메시지"
"오해 섞인 내용들 나올 수 있다 판단하는 듯"
"지난 소환조사에서 서명날인 회피, 단식 목적 더 분명"
"건강 악화됐다고 정당하지 않은 영장 청구로 변하지 않아"
◆…1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회앞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12일째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들이 천막을 찾아 건강을 염려하며 단식을 중단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들 십여명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단식 중단을 요청한 가운데, 정부 여당에서 농성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 없는지 묻자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김기현 대표가 이 대표를 만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11일 YTN '뉴스앤이슈'에 출연해 "김기현 대표의 의지는 확고한 것 같다"며 "이번에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본인의 사법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단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표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저 (단식 현장) 자리에 가서 함께 있는 정치적 메시지로 오해 섞인 내용들이 나올 수 있다 판단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토요일(9일)에 있었던 서명날인 회피 같은 경우도 국민의힘이 바라보기에는 이재명 대표 단식의 목적들이 점점 더 분명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9일) 소환조사를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조서에 날인하는 걸 거부하고 퇴장해 실질적인 증거능력이 없으니까 소환조사를 안 받은 상태가 됐다"고 짚었다.
이어 "이 대표가 단식을 하고 시간이 지나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일정 즈음에 맞춰서 소환조사를 받고, 건강상의 문제를 들어 소환조사를 차일피일 회피하는 과정들을 겪게 되면 그것이 방탄단식이 아니고 무엇이냐 우려를 제기했는데 애당초 예상했던 것과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 내부 정치적인 상황들을 회피하기 위해서 정치인의 단식을 끌어낸 것이 아니냐라고 하는 비판이, 날인 거부 때문에 조금 더 분명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그때 민주당에서 나왔던 발언과는 다른 결의 목소리들이 흘러가고 있다"며 "지금 검찰 영장 청구가 최종적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되는데 지금 그러지 못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터라, 이 대표의 단식이 중간에 그런 역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라는 내용들을 피해갈 길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단식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핑계 삼아 검찰 수사를 끝끝내 회피하는 이 대표의 모습을 보니 '여의도 반칙왕'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가 약속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조건 없이 지키겠다고 국민 앞에 재확인해주길 바란다며 "단식으로 건강이 악화되었다고 검찰의 영장 청구가 정당하지 않은 영장 청구로 변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일갈했다.
앞서 이 대표는 9일 검찰 조사 뒤 피의자 신문조서에 이례적으로 서명 날인을 거부했다.
그는 조사를 마치고 나와 "예상했던 증거라고는 단 하나도 제시받지 못했다"며 "김성태의 말이나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 정황들, 도정 관련 이야기로 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또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이런 내용으로 범죄를 조작해보겠다는 정치 검찰에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조서 열람 도중 자신의 진술이 누락되었다고 억지를 부리고, 정작 어느 부분이 누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도 않은 채 조서에 서명날인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퇴실했다"며 "검찰은 출석 요구한 12일에 나머지 피의자 조사를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가 단식 농성 12일째에 접어들며 당내 만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가 불참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대표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영주 국회 부의장을 당내 4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천막을 찾아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한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이정현 부위원장도 이날 KBS라디오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치권, 특히 야당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만류해야 한다"며 "자기 당의 자산이 스스로 막 망가뜨리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지켜만 보고 말로만 위로하는 척하고 내버려 두나"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식할 중단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정권의 관심은 오로지 폭력적인 권력 행사 그 자체에 있는 거 같고, 권력이 추구해야 할 제일 핵심적인 과제, 민생이나 경제, 평화, 안전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이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야당이 하는 일이 너무 제한적일 거 같다. 뭐 말을 해도 속된 말로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