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 유가에 '물가 불안' 심화되나

사우디·러시아 원유 감산 연장에 국제 유가 10개월 만에 최고치

브렌트유 배럴당 100달러 돌파 전망도 나와

한은 "유가 상승, 물가 상방요인…물가 불확실성 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에 국제유가가 9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향후 유가 상승이 물가에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5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7월 시작한 감산(하루 100만 배럴)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의 공급 축소를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6일(현지시각)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일대비 0.85달러 오른 배럴당 87.54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 선물은 0.56달러 상승한 90.6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두바이유 선물은 전날보다 0.89달러 오른 91.69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사우디의 자발적 공급 삭감과 더불어 미국 경제가 심각한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6월말 이후 20% 상승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될 확률을 기존 20%에서 15%로 낮춘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기간 연장으로 올해 4분기에 하루 150만 배럴 이상의 원유 부족을 예상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인 UBS는 브렌트유가 연말까지 배럴당 9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우려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산유국 감산 영향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파레토 증권의 나디마 마틴 위켄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처럼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수도 있다"고 전했다.

8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7월 2.3%와 비교해 1.1%p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유지하면서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최근의 패턴이나 기저효과를 봤을 때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월 수준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 중에는 3%대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전망한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는 국제 유가와 관련해 브랜트유 기준으로 연간 82달러, 하반기 84달러가 전제치로 포함되어 있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 백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두바이유를 더 많이 수입하는데 두바이유 가격이 브랜트유보다 높거나 비슷하다"며 "90달러 가격 수준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전제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물가에는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정학적 갈등 등 여러 요인이 있어 향후 물가관련 불확실성은 매우 크다. 물가 전망치 조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반기 물가에는 7월 2.3% 상승분도 포함된다"고 부연했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 계산 시 국제 유가가 단일 품목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석유류 가격 등에 영향을 주고 이는 2주에서 1달 정도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3.5~4%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유가에 대해 계산을 해 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연간 전제치 82달러를 넘지는 않는다"면서 "국제 유가 상황을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