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푸트니크
블라디미르 푸틴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은 4일(현지시각) 소치에서 회담을 통해 튀르키예 가스 허브 설립, 상호 무역 증진, 양국 통화 문제, 우크라이나 분쟁 외에도 흑해 곡물 협정의 부화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회담에서 튀르키예 에르도안은 서방의 일부 합의 불이행으로 지난 7월 17일 러시아에 의해 중단된 흑해 곡물 협정의 재개에 대해 논의했다. 러시아는 흑해 곡물 협정의 중단을 미국과 EU가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 선적을 금지하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푸틴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곡물 거래를 되살릴 준비가 되어 있고 모든 합의가 이행된다면 즉시 협정을 부활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학자이자 HSE(Higher School of Economics) 대학교수인 드미트리 에브스타피예프는 "오늘 회담의 의미는 러시아와 튀르키예의 관계가 정치적 측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복원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곡물 거래와 관련하여 오늘 논의된 내용은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곡물 거래, 가스 및 기타 모든 문제에서 파트너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원칙에서 최소한의 부분적인 '선행(먼저 이행)' 원칙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며 "다시 말해 러시아의 이익이 보장되는 조치가 취해진다면 흑해 곡물 협정을 부활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치분석가인 알리 데미르다스는 "흑해 곡물 협정의 부활은 튀르키예 중재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인식을 거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워싱턴은 이미 수백억 달러를 젤렌스키에 쏟아붓고 있지만, 아무리 신뢰를 보내도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지지부진하고 심지어 후퇴했기 때문에 계속 퍼붓고만 있다"라며 "이에 인기가 줄어든 바이든의 조급증이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흑해 곡물 협정에서 러시아의 요구 조건이 받아들여지면 바이든의 인기는 더욱 하락할 것이기 때문에 협정을 복원하거나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려는 어떤 시도도 무산시키려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결국, 공은 유엔으로 넘어간 셈이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곡물 판매 주관은행인 러시아 농업은행을 SWIFT에 복귀시키는 것과 함께 서방에 의해 불이행된 조건과 관련, 서방의 합의를 얻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정지가 남방의 가난한 나라를 더욱 힘들게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곡물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수출하는 곡물 중 극히 일부만 최빈국으로 들어가고 대부분은 부유한 EU 국가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더욱이 푸틴은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서 우크라이나의 농산물을 완전히 대체할 만큼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으며 필요한 국가들에게는 공짜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은 "우리는 흑해 곡물 협정의 재개와 관련, 러시아에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을 것이며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할 생각도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녀는 "우리의 입장은 공정하다. 러시아가 문제를 일으킨 다음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있다"라며 "당사자들이 협상장에 앉았을 때 러시아의 협박에 더 이상 인질로 잡혀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