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이재명 단식? 나라면 국회 대신 육사로 간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에 대해 요구 사안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지적하며, 자신이 단식을 선언했다면 육군사관학교로 가서 흉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반대 단식을 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1일 오전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의 '무기한 단식' 행보 관련 "단식 목적이 불분명해 보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언행을 대상으로 한다는 건 별로 안 와닿는다"라며 "나이 60이 넘은 분들끼리 갑자기 매너가 바뀌길 기대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사즉생의 각오로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며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 훼손 사과, 일본 오염수 투기 반대, 전면적 국정쇄신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윤 대통령의 태도를 문제삼는 건데 윤 대통령이 하루이틀 그랬는가"라며 "단식으로 윤 대통령이 갑자기 매너가 바뀌길 기대하거나 사과하길 기대한다면, 어떤 것도 안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식이라는 건 들어가는 명분과 중단하는 명분이 충분한 상황에서 돌입하는 것인데 이 대표의 경우 구체적으로 짚이는 사안이 없다"며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3개 안 자체도 너무 두루뭉술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가 단식할 것이라면 국회에 앉아서 할 게 아니라 육사 앞으로 가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반대 단식을 할 것"이라며 "지금 흉상 이전 논란은 7대3 수준의 여론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저건 이재명이 옳은 일 한다'는 광범위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또 이재명 대표가 단식에 나서면서 제1 야당이 '자발적 궐위'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식을 살면서 딱 한 번 해봤다. 이정현 대표 물러나시라고"라며 "물하고 소금으로 13일 버텼던 시기를 생각해 보면 3~4일째부터는 머리가 띵하다.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누우면 자고 싶은 그런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게 중요한 것이 이재명 체제의 야당이 (단식 시작) 3~4일 이후부터는 자발적 궐위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 본인 생각에 지금 국가 위기라면 (제1야당이) 자발적 궐위 상태에 들어가는 게 옳은지 생각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의 단식에 대해 요구 사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전 수석은 "역대 단식 투쟁에는 구체적인 타겟이 있었다. 김대중은 지자체 실현, 이정미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으로 단식에 들어가지 않았는가"라며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구한 세 가지 안은 대통령이 못 받는 것을 두루뭉술하게 던진 듯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의 의중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 단식에도 응답 않는 '불통 대통령' 이미지를 고착화시키려는 게 아닌가"라며 "다만 이것은 아주 애써서 해석해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