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보훈부, '광주시에서 잘해라' 정도로 끝내야"
"20년 전 중국 관광객 유치 사업 일환, 대중국 외교 매개체"
박민식 "김일성 나팔수에게 세금 쓰지 말라는 게 이념공세인가"
◆…15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 논란과 관련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장관직을 걸면서까지 사업 저지 뜻을 밝혔지만 강기정 광주광역시 시장은 "철회고 뭐고 없다. 예산도 다 집행 끝났다"며 사업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강 시장은 29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이라도 보훈부는 광주 시민 믿고 광주시장 신뢰하고 '광주시에서 잘해라' 이렇게 문제 제기하는 정도에서 멈추는 게 맞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박민식 장관을 겨냥해 "거기다 왜 직을 거나. 보훈부 장관께서 광주시와 광주시장과 광주 시민들을 믿고 때로는 독려하고, 만약 법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불법이 생겼다면 그건 그것대로 대응하셔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제가 광주시장으로서, 광주 시민들이 광주를 '빨갱이 도시' 만드나. 그럴 수 있나"며 "왜 20년 동안 논란과 논의와 고증을 통해 해온 이 일을 가지고 그러나. 그럼 의열단의 대장 정율성 음악가는 의열단 단원일 뿐인데, 의열단 대장인 김원봉, 밀양의 150억 드는 김원봉기념관 문을 닫을 건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율성 역사공원은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이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광주시에 뭐라고 하기 전에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 전직 보수 정부에서 왜 감사패를 줬고. 지금 문체부 장관이 정설송 당시 정율성 선생의 부인에게 감사패 사진은 줬는지 답변을 먼저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6.25전쟁 때 중공군과 북한군에 조력하는 행적을 봤을 때 공보다 과가 더 훨씬 큰 거 아니냐는 비판에 "공도 있고 과도 있다"면서도 "이 사업은 광주시가 먼저 한 사업이 아니라 30년 전의 북방 정책, 한중 우호 사업, 중국 관광객 유치 사업 일환으로 된 대중국 외교의 매개체였다. 그 기조를 갖고 저희들이 200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이어 "노태우 정부 88년도 정율성 선생이 돌아가시고 부인 정설송 여사를 초청한다. 김영삼 정부 96년에는 문체부 장관이 정설송 부인한테 감사패를 주는 사진도 많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5년에 중국 전승 기념식에 참여해서 퍼레이드에 참관도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왜 광주가 그러냐라고 말하기 전에 보수 정권, 진보 정권을 떠나서 정부는 왜 정율성 선생을 감사패를 주고 음악제를 열고 기렸는가. 이걸 먼저 생각해 보셔야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훈·보수 단체 등이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데 대해 "그걸 왜 반대하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보훈단체들, 보훈처에서 시키면 안 할 수가 없다"며 "2013년 박승춘 보훈처장 시절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말아라, 가사 속에 '새날'은 북한을 뜻하는 것 아니냐, 해서 보훈처가 광주를 이간 분열시키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이어 "6년 동안 제가 국회의원 시절에 싸웠는데 그때도 보훈처가 보훈단체 시켜서 기자회견 하고 광고 내도록 했다. 지금도 똑같다"고 지적했다.
'사업 철회 의사는 전혀 없나' 묻자 "예산도 집행이 끝났고, 공원이 완성됐을 때 이걸 '정율성공원'이라 하지 말고 다른 공원으로 부르자 등 의견들이 있으면 그런 건 다 반영하겠다. 그러나 지금 공사를 하고 있는데 공사하지 말고 그럼 어쩌자 할 거냐, 이런 식으로는 결정 못 한다. 건강한 토론을 통해 논의는 필요하면 하겠다"고 답했다.
헌법소원 조치 및 행안부 직접 감사에 대해서도 "행안부 감사를 하든, 불법이 있으면 찾아서 혼을 내든 다 하시라. 중요하지 않다"며 "보훈부가 보훈단체 시켜서 시청 앞에 데모하게 만들고, 이념 갈등하게 하고 이런 거 하지 말라는 거다. 자꾸 정치화 시켜서 이념 논쟁으로 가지 말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박민식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 혈세는 단 한 푼도 반국가적인 인물에게 쓰여선 안 된다"며 사업 철회에 대한 강경한 뜻을 밝혔다.
박 장관은 "국가보훈부는 순천역 광장에 호남의 학도병을 기리는 현충 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호남을 빛낸 인물이 수없이 많은데, 굳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눈 자를 세금을 들여 기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강기정 시장을 겨냥해 "호국의 성지 호남을 더럽히지 말라"며 "인민군을 인민군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념공세인가, 김일성 나팔수에게 세금 쓰지 말라는 게 이념공세인가"라고 맹비판했다.
광주 출신인 정율성은 의열단 소속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하다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해 인민해방군 행진곡을 작곡해 유명해졌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일원으로 전선 위문 활동을 한 후 중국으로 귀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