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율성 공원, 대한민국 정체성 훼손"…野 "이념 정쟁 끌고 가"

여야가 정율성 역사공원,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 등으로 '이념 논쟁'이 벌이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정율성 공원'을 두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극도의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정율성 역사공원'과 관련해 참모들에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취지의 우려를 표명했다는 중앙일보 보도가 나왔다.

광주시는 2020년 5월 동구 불로동 일대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총 48억원을 들여 연말까지 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정율성이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장본인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며 공원 조성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박 장관은 28일 호남학도병의 성지인 전남 순천역을 찾아 "공산세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수많은 애국 영령의 원한과 피가 아직 식지 않았다"며 "학생들에게 공산당의 나팔수를 기억하게 하고 기리겠다는 시도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적을 기념하는 사업을 막지 못한다면 국가보훈부 장관으로서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사업 철회에 장관직까지 걸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보훈부는 정율성 공원 조성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으며, 헌법소원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자치법 184조, 188조에 근거해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188조는 지자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될 경우, 시·도에 대해서는 주무 장관이 서면을 통해 시정을 명할 수 있고, 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이를 취소·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위해 독립운동을 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중국 공산당에 입당했고, 중국 공산당을 위해 싸웠다. 6·25전쟁에서 북한군에 가담해 남침의 일원으로 활동한 분"이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 정율성이라는 분을 기리는 역사공원 만드는 것은 국가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8일 "보수, 진보를 떠나 여기에 대해 문제를 삼는 건 큰 틀에서 보면 현 정부가 이념 정쟁으로 끌고 가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한 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앤이슈'에서 "총선전략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결코 역사와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저는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대변인은 "노태우 대통령이 이뤄낸 한중수교 이후 중국에서는 김구 선생과 함께 정율성 씨를 한중 수호의 상징적인, 대단한 인물로 평가를 하고 있다. 광주에서 정율성 노래제가 처음 시행, 추진된 게 노태우 정부, 93년부터"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 다 맥이 이어지는 것 같다. 갑자기 박민식 보훈처 장관이 문제를 삼으면서 이 문제가 커졌다. 그러면서 광주를 특정해 여당 내에서 공격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는 "경남 통영 윤이상 선생 기념공원, 밀양 약산 김원봉 기념공원은 뭐가 되나. 극성 보수진영에서는 김원봉을 북한 인민군의 창시자라며 그분의 독립운동 이력 등 모두 무시하면서 엄청난 공격을 하고 있다. 그거 지자체 예산으로 다 됐다. 이 또한 국민들이 판단하고 역사가 판단하는 거다. 광주에서 이런 문제가 있다고 하니까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문제 삼는 것은 흔쾌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이 공원에 놀러 간다고 해서 광주시민이나 타 지역 국민들이 이 사람을 존경한다든지 공산주의에 심취하는 찬양을 하겠나. 말도 안 된다"며 "다만 이 노래제로 인해 중국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 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잣대는 같아야 된다. 정율성 노래제는 되고 공원은 안 된다는 얘기인가. 왜 또 잣대가 다른가"라며 "박근혜, 이명박 정부도 있었는데 그때는 전혀 문제 왜 안 삼았나. 지금 와서 다시 이걸 다른 잣대로써 감사원도 등장하고 하면서 받아들이라고 하면 이걸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정율성 공원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정권의 철 지난 반공 이데올로기로 국민과 역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송 최고위원은 "정율성이 공산당으로 활동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노태우 정부는 현재의 '중국인민해방군 군가'로 지정된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중국 3대 작곡가로서 정율성의 중국 내 위상과 함께, 항일운동가로서 조국 독립에 이바지한 것을 고려해 정율성을 한중수교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노태우 정부가 정율성 음악회를 개최한 지 30년, 광주시가 정율성 음악회를 개최하기 시작한 지 20년, 더 짧게는 정율성 거리가 조성된 지 14년이 지났다"며 "그동안 어떤 문제 제기도 별다른 논쟁도 없었던 이유는 역사 속 인물의 공과 과를 객관적이고 역사적인 맥락과 지금의 여건을 고려하면서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송 의원은 "우리 국민 어느 누구도 정율성을 보며 공산주의를 찬양하거나 미화하지 않는데, 이 정권은 정율성 역사 공원으로 인해 국민의 의식이 공산주의에 물들고 그것을 용인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며 "역사 공원이 '정율성 찬양미화작업'이라는 박민식 보훈부 장관의 말은 국민과 광주에 대한 명백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