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韓 통화정책 운신 폭 좁은 것 아니라 움직일 이유 없어"
NH투자증권 "연내 인상 우려는 기우…내년 1분기 금리인하 시작할 것"
KB증권 "금리인하 내년 2분기…가계부채 증가, 인하 시점 지연 요인"
신영증권 "내년 2분기 최초 인하…연간 인하 폭 50bp(2회)에 그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물가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침체된 국내 경기 회복 지원을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한은은 주요국의 통화정책과 경기 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를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증권가는 한은 금통위 회의 결과 발표 이후 대부분 '중립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내년 2분기께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8월 금통위 기조가 매파(통화긴축 선호)도 비둘기(통화완화 선호)도 아닌 '중립적'으로 본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물가와 경기는 현재 기준금리가 가장 적절한 수준이며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그 자체보다 연준의 정책 기조가 중요하다'는 것이 이 총재의 설명"이라며 "가계부채는 완화가 아닌 긴축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나 이미 기준금리는 긴축의 상단 부근에 위치하며 또한 동 문제는 점진적이고 연착륙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연말을 넘어 연초까지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다"면서 "현재 한국은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좁은 것이 아니라 움직일 이유가 없다는 판단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그간 대내 요인(r*, 성장, 물가)은 원화 금리의 중력 역할(하락)이지만 소규모 개방경제이자 비기축통화 국가라는 구조적 한계와 연준의 공격적 긴축이 맞물리며 대외 요인에 의해 국내 금리가 다소 과도하게 상승했음을 지적했다"며 "이 총재 역시 기자회견에서 한국 r*의 미래는 미국과 다를 수 있으며 통화정책의 기조는 같아도 전환 시점은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하며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연내 연준의 금리인상은 종료됐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연준이 이미 두 번의 회의에서 한 차례 인상으로 페이스를 조절한 만큼 적어도 11월 FOMC까지는 확인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정책당국인 한국은행은 11월 FOMC 이후에나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확보될 전망이다. 연내 동결 후 2024년 1분기부터 금리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금통위원들이 고려하고 있는 최종 기준금리가 3.75%라고 언급하는 점과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11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빨라야 2024년 2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같이 진단한 이유로 "한은 총재는 한은의 임무는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임을 분명히 했다"며 "2023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5%로 유지했음에도 핵심 소비자물가는 3.4%로(기존 3.3%) 상향 조정한 점에서 보듯이 물가가 안정되기까지는 상당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꼽았다.
또 ▲가계 부채가 증가하는 점과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연준의 긴축 우려가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연준에 앞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은 금리인하에 앞서 연준의 금리인하 단행 혹은 금리인하 전망에 대한 확신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중립금리가 상향 조정된다면 통화정책의 결정에 제약조건이 더 커진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한 셈이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도 "이 총재가 금융 안정이 경기보다 선순위이고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총재가 된 이유라고 의지를 강조한 건 인하 전환 시점의 지연을 암시하는 것"이라며 "내년 2분기에 최초 금리 인하가 시작되고 연간 인하 폭도 두 차례에 걸쳐 50bp(1bp=0.01%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정책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인상 소수의견 부재, 내년 성장률 전망 하향, 경기에 점차 가중치 인정, 가계부채 정부 주도의 미시적 대응, 중립금리 미국과 다르게 하락 추정, 현재 긴축적이라는 판단 등으로 미루어 추가 인상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당국의 경기 판단이나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 방식이 지금과 같다면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면서 "긴축적 환경을 유지하며 당분간 물가 안정을 좀 더 도모하고자 국내 기준금리는 상당 기간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빠르면 내년 2분기께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8월 금통위 회의 결과에 대해 비둘기파적 스탠스에 가까운 '중립'이라는 평가도 있다.
키움증권 안예하 연구원은 "가계부채 증가에 향후 거시적 대응책을 활용할 가능성을 열어뒀고, 여전히 기준금리를 연 3.75%까지 열어두는 위원이 전원이라고 언급한 건 매파적 스탠스"라면서도 "통화정책방향문을 통해 향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고 평가했다. 금통위 회의 결과가 비둘기파에 가까운 '중립적인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신한투자증권 안재균 연구원 역시 "예상대로 이번 금통위는 7월보다 긴축 기조를 더 강화하지 않았고 오히려 향후 긴축 기조 조정 가능성도 일부 감지됐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총재가 정책 무게중심이 성장으로 이동한다는 점을 크게 부인하지 않았고, 성장 하강을 감수해서라도 물가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기존 의지와도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인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