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증가로 리테일 강자는 호실적
부동산PF 딜 감소, CFD 충당금...희비 엇갈려
1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54개 증권사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순이익은 3조1105억원으로 작년 상반기(3조953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삼성증권은 3764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이며 선두에 올랐다. 작년 상반기보다 40% 가까이 증가한 액수다. 1억원 이상 보유한 초고액자산가 고객이 1만명 넘게 늘면서 위탁수수료도 덩달아 증가한 것이 주효했다.
키움증권은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2634억원)보다 42.6% 많은 3756억원을 벌어들였다. 회사는 "코스닥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운용실적 호조 덕분"이라며 "2분기 코스닥 강세장이 이어지며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시장점유율도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3056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1% 증가했다. 2분기만 보면 1632억원으로 대형사 중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증가하며 선두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특히 굵직한 채권발행 딜을 단독 주관했고 인수금융 및 공개매수 패키지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35.9% 증가한 25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회사는 "CFD 위탁 미수금 관련 충당금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위탁수수료 수익, IB 딜 수임에 따른 인수주선 수수료 수익이 늘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상반기보다 13.4% 감소한 2930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부동산과 CFD 관련 충당금 및 평가손실 이슈에 기인한다.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받은 배당금 1조6650억원을 포함하면 순이익은 1조9580억원이다.
메리츠증권 역시 순이익이 3267억원에서 2461억원으로 1년새 24.7% 감소했다. 회사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신규 딜이 감소해 실적이 부진했다"면서도 "우수한 사업성의 PF 딜과 메자닌 투자 수익으로 일부 만회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상반기 2292억원을 벌어들이며 7위에 그쳤다. 비우호적인 금리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CJ CGV 전환사채(CB)와 투자목적자산 평가 반영 등 운용손익이 감소한 여파다. 지난해 CJ CGV가 CB 발행에 실패하면서 대표 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이 인수 물량의 62.5%를 떠안았다.
KB증권은 작년 상반기보다 18% 증가한 227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기 최대 실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SK쉴더스 인수금융 등 대형 딜을 마무리했고 투자 성과를 실현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10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도전하는 대신증권(1194억원)은 전년 대비 2배 순이익을 냈다. 대형사들이 맥을 못 추린 2분기에도 전분기만큼 벌었다. 부동산PF와 CFD 관련 충당금도 0원이다. 대신증권 측은 "작년 실적에 일회성이익(나인원한남 매각)이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어닝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다올투자증권은 1분기 1146억원 순이익, 2분기 -92억원 순손실을 냈다. 회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 불안정으로 인해 주력 사업인 부동산금융 영업이 활발하게 전개되지 못했다"며 "공격적인 영업보다는 리스크 관리,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내실 다지기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118억원으로 30위에 이름을 올렸다. CFD(518억원) 미수금과 펀드 보상(530억원)에 대비해 1048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회사 측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금경색이 장기화되면서 신규 투자가 대폭 감소했다"며 "경기변동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고 매각 및 리스크 관리가 쉬운 딜을 철저히 선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