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혁신안 '반기'에, 친명 '수용' 직진 태세…이재명 "어디서 반발하나"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의 '대의원 투표 배제' 및 '공천시 현역의원 하위 평가 감점 확대'를 골자로 한 최종 혁신안에 대해 비이재명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친명계는 혁신위 제안을 강력 지지한다는 뜻을 공고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계 지도부들은 14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제히 혁신안 수용에 목소리를 높였다.

친명계와 비명계 대립이 혁신안 공개 발표 후 지도부에서의 분열 양상으로까지 이어지자 친명계가 결집에 나선 것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김은경 혁신위 안의 전면 수용을 촉구한다"고 지지를 표하며, "대선 총선에서 대통령도 한 표, 국민도 한 표, 직선제 선거인데 민주당 전당대회 선거에서는 당 대표도 한 표, 국회의원도 한 표, 대의원도 한 표, 권리당원도 한 표는 왜 안 되나"라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대의원 특권은 결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의 특권이다. 지역위원장들은 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데 더 많은 기득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기득권 내려놓기에 저항해서야 되겠나"라고 비명계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명령, 당원들의 명령에 집단항명은 아닌가. 당원 직선제, 민주당의 8월 민주항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혁신위를 반대하는 자, 역사가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대선 이후 당원들의 요구는 두 가지다. 첫째, 무도한 정권의 폭압으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똘똘 뭉쳐 싸워라. 둘째, 현역의원 중심이 아닌 당원 중심 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이번 혁신안은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는 당원들의 절절한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저를 포함한 현역 의원들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당원들의 지지도, 국민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 당원들은 많이 참고 오래 기다려 왔습니다. 더는 실망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대의원제 투표 배제와 관련해 "내년 총선이 끝나고 해야 할 일"이라며 "민생, 총선 관련 시급성이 있나"라며 혁신안에 반기를 들었으나 이날 회의에선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김은경 혁신위 안을 수용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비명계에선 냉랭한 반응이 역력했다. 전해철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지금 대의원제 가지고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주의 4.0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전 의원은 "대의원제가 봉투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가. 대의원제를 없애면 돈봉투 사건이 없어지나"라며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의원의 권한을 논의해도 충분한데 지금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비명계가 주축인 친문 의원 모임인 '민주주의 4.0'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내고 "대의원제도는 직접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 당이 어려운 지역의 의견 반영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운영해 왔는데, 대의원제도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정면 비판한 바 있다.

전 의원은 "대의원제로 인해서 지역균형성을 만들기도 하고, 실제 지역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일정 부분 대의원의 권한을 줌으로써 원활히 운영하는 것도 있다"며 "대의원제는 어떻게 존치하는 것이냐에 따라 당의 근간을 바꾸기도 하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앞두고 충분히 숙의해서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혁신위원회 어떤 성과나 그 결과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금 돈봉투 사건과 코인논란 등 가장 큰 것은 민주당의 도덕성을 어떻게 회복하느냐, 어떻게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도록 신뢰를 회복하느냐는 것인데 그것에 기한다면 이것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왜 이런 불필요한 일을 혁신위에서 해 가지고 당 분열에 구실을 주는가"라며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김기현 대표가 잘하는 딱 한 가지가 있다. 선거가 8개월 남았는데 공천 룰 얘기를 안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죽을 쓰니까 민주당이 밥이라도 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죽도 못 쓰고 있다. 이런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지원마저 이재명 대표를 흔들어 대면 견디겠나. 백해무익한 일을 혁신위가 해가지고 자기 '가정사' 덮으려고 이슈 하나 던져주고 참새 죽듯 '짹' 하고 죽어가지고 이 분란을 가져왔다"고 김은경 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당에서 공천 여부의 결정은 공천심사위원회가 하지 혁신위원회가 하는 게 아니다"며 "책상 머리에서 로스쿨 교수해가지고 정치(한다고)"라며 혀를 찼다.

또 "혁신위원회의 성공한 역사는 박근혜, 혁신위원장 김종인 이 두 분이 성공했는데, 두 분은 정치를 알고, 전권을 받아 공천까지 하는 위임을 받았으니까 됐다. 친명, 비명 안 그래도 흔들리는데 대의원제 꺼내서 중간에 저게 뭐냐"고 일갈했다.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문재인 대통령 치하에 맹종하는 세력들이 친문 쪽에도 있었고 지금 또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은 상황에서는 그에 맹종하는 그룹이 있지 않나"라며 "그 정도가 지나친 그룹이 존치해 '곰팡이'라고 해야 하나"라고 꼬집었다.

비명계가 최종 혁신안에 대해 이 대표 체제 반대파를 솎아낼 의도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6일 예정된 정책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가 혁신안을 의제로는 다루지 않을 계획이나, 자유발언을 통해 계파갈등이 첨예화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